전문가들, “일본 수출 규제 보복 땐 국내 피해 더 커 실리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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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07-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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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보복보다 실리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연합회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세미나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에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 역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는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권 원장은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 역시 수출 제한을 비롯한 통상 정책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하지만 일본의 2차, 3차 보복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추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국 증시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일주일여 만에 한국 증시에서 51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며 "이번 통상갈등으로 대기업인 삼성선자,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도 권 원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나서고 있는데 과연 이게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인지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국제여론을 환기시켜서 일본으로 하여금 규제를 철폐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WTO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일본보다는 더 자유무역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며 "일본처럼 대응하겠다는 구상은 버려야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일본 업체를 당장 대신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정부 대응책이 조속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봤다.

그는 "최근 일각에서 우회적으로 수입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데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일본 정부의 정확한 의지를 알고 있는 현지 기업들이 그것에 반할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이 든다"며 "이번 규제 품목은 반도체 등의 생산에서 없으면 공정 자체가 진행이 안 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중소반도체 업체 약 240곳 중 이미 40% 정도가 지난해 적자를 냈고, 일부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1년 안에 도산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사태의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이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재 부족분이 45%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2~5.4%로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최악으로 가서 소재가 완전히 떨어질 경우 우리나라 GDP의 8.5%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규제 품목 중 대일 의존도가 가장 낮은 에칭가스(43.9%)를 기준으로 모의실험을 통해 한일 수출 규제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수치다.

그는 "한국이 보복할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GDP 감소하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현지 또는 중국 기업이 대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권 원장은 "이미 일본은 안보상 우호국에 수출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백색국가' 대상에서 한국 제외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지난 8일 우리 정부의 조치 철회와 양국 협의 촉구를 전면 거부했다"며 "한국 측 자세에 변화가 없을 경우 추가 수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 규제가 자동차나 다른 철강 등으로 확산되면 우리 경제가 회복 불능으로 빠지는 것은 계산 안 해 봐도 뻔하다"며 "정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 등의 민간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사태가 여기서 중단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서울 여의도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일본 경제제재의 영향과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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