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늘어난 가족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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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19-07-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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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저임금이요? 저희는 상관없어요.”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던 올해 초 방문한 식당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단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못 살겠다는데, 최저임금이 올라도 상관없다니. 설명인 즉 이미 기존 근로자를 가족의 노동으로 모두 대체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업주는 2016년 최저임금이 6000원을 넘어서던 해부터 가족끼리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채 말했지만 이미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의 현실을 보여줬다.

통계도 이런 현상을 나타낸다. 지난 4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최저임금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운데 62%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가족 노동을 늘렸다. 임시·일용직 근로자 중 55%가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가 줄었다고 답했다. 지난 5월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발표한 실태조사에서도 소상공인 사업장 근로자 중 61.2%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일자리 변화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영세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임금을 올려 소득을 증대시키고, 소비를 활발하게 해 내수 경기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은 이상적이다. 그러나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가 활성화되려면 고용 안정이 전제조건이다. 인상된 임금이 미래에도 지속적인 소득원이 될 것이라 여겨질 때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있다.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은 고용 유지가 요원해지니 소득은 늘지언정 지갑을 꽁꽁 닫아버린다. 소비가 늘지 않으니 사업주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소비는 더 줄어든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영세사업주와 근로자 모두가 떨게 된다.

"생각해보니 최저임금과 상관없지도 않네요. 채소고 뭐고 다 올랐는데 지갑은 닫혔어요. 500원이라도 올리고 싶은데, 올리면 손님 발길이 뚝 끊겨요."

업주는 푸념처럼 말했다.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계가 내민 1만원 카드에 대응해 경영계는 8000원을 제시하며 10년 만에 최저임금을 깎자는 요구까지 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오는 9일 회의가 재개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고용 안정·소비 증가가 함께 가게 할 묘책이 필요하다.
 

[오수연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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