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100일] ④ 공간을 넘는 '의료 서비스'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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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9-07-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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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용량 데이터 전송·초저지연 이동통신 네트워크로 의료 접근성 향상

  • 데이터 수집·다각적 분석 가능해져…응급·원격 의료 대중화 목전

#고령의 환자 A씨가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서에서는 5G 기반 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심전도·혈압·맥박 등 생체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심장 전문의가 있는 가장 가까운 응급센터로 A씨를 이송했다.

#서울 대형병원의 수술실, 의사는 로봇팔을 조종해 뇌동맥 환자 수술을 집도 중이다. 그러나 환자는 병원에 없다. 환자는 300㎞ 떨어진 지방 소도시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 5G 통신을 기반으로 원격 수술을 진행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헬스케어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 그래서 의료 데이터의 신뢰도와 피드백의 신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진단과 원격의료 서비스에 보다 높은 수준의 네트워크 성능이 요구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5G는 헬스케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신뢰성과 신속성이 보장되는 통신환경을 제공한다.

글로벌 통신기업 에릭슨은 2026년 의료 서비스 관련 5G 시장 규모가 760억 달러(약 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5G 도입으로 가장 큰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는 정밀 의료, 모니터링을 통한 조기치료 방식이다. 의료서비스 분야는 2026년 5G 전체 시장의 49.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원격진료는 물론이고 가상현실(VR)을 통한 수술 트레이닝 등 병원 중심의 적용 방식은 19.8%, 방대한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 전자 병원 기록 등 의료 데이터 관리 분야는 5.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의료 현장 서비스 질·접근성 향상 기대

당장 의료 현장에서는 신속한 영상자료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예를 들어 MRI와 같은 의료용 영상기기는 일반적으로 매우 큰 용량의 파일을 생성한다. 네트워크 속도가 느릴 경우 파일을 전송할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송에 실패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환재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의사가 진찰할 수 있는 환자의 수도 감소하는 것이다. 대용량 전송이 가능한 5G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5G 네트워크는 의료 서비스 분야의 인공지능(AI) 활용도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료 서비스 산업에서는 잠재적인 질병을 진단하고 합병증 없는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AI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AI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빠른 네트워크가 요구되는데 5G면 가능하다. 

5G는 의료 현장에서 언어의 장벽을 제거해주기도 한다. 외국인 환자의 경우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거나 의사의 처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료기관들은 통역을 동원하지만 모든 언어에 대응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5G 네트워크가 깔리면 영상 전송시간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화상연결로 환자와 의사 간 소통이 가능하다. 

◆ 4K 이상 화질 영상으로 '원격진료'…데이터 수집·다각적 분석 가능해져

또한 5G 기술이 보급됨에 따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원격진단·진료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원격 의료를 위해서는 4K 이상의 고화질 영상으로 환자의 상태를 신속·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 소외지역으로 꼽히는 농어촌 지역의 복지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업 마켓 리서치 퓨쳐(Market Research Future)에 따르면 2017~2023년 글로벌 원격진료 시장은 연평균 16.5%의 성장이 예상되는데 정부의 육성 정책과 농촌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원격의료는 웨어러블 기기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축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건강보험회사 앤뎀(Anthem)에 따르면 86%의 의사들이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건강 관리를 돕는다고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앤뎀은 향후 5년 내로 병원비를 16%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충분한 네트워크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없다. 

5G는 점점 다양해지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들로부터 발생하는 건강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정한 공간이나 시간이 아닌 일상에서 얻는 모든 정보가 모니터링 되기 때문에 진단의 정확성이 향상되고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처방도 가능해진다.

특히 의학 연구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데이터 추출이라는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헬스케어 분야의 데이터 종류는 △유전체 정보 △개인 중심의 개인건강정보(PHR) △의료기관 중심의 전자의무기록(EMR)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5G 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는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예방도 가능하다. 의료진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되고 사용자는 능동적으로 자기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의학 연구 중 충분한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해 연구의 신뢰성이 저하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LTE 대비 10배 많은 연결성능을 보여주는 5G 네트워크를 통해 혈압, 운동량, 체질변화와 같은 개인 정보를 다각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 정부 정책 '응급의료'에서 출발… 2020년 5G망 도입 병원 개소

정부 정책은 우선 응급의료에 맞춰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플러스) 전략'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26년까지 5G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점유율을 12%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간의 행동, 감각 등을 구현하는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 개발을 2020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지난 6월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 소방청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5G 기반 AI 응급의료 시스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AI 응급의료 시스템은 오는 2022년부터 119 구급차와 응급의료센터 보급을 목표로 한다. 2024년까지 지역소방본부와 의료기관 30%에 이 서비스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병·의원-대형병원 간 5G 기반 스마트 원격협진 모델을 구체화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5G 기반 디지털 혁신병원 플랫폼과 1차 의료기관용 5G 서비스 개발을 추진해 2022년부터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국내외 이통사들도 병원과 협력해 5G 기반 의료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AT&T는 러시대학병원과 함께 미국 병원 최초의 5G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러시대학병원은 "5G 기술은 원거리 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라이즌 5G 연구소는 컬럼비아대학과 원격 물리치료 플랫폼 개발에 돌입했다. 컬럼비아대학의 파이너 교수 연구팀은 버라이즌 5G 연구소에서 의사와 환자가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물리치료를 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을 개발해 테스트 중이다. 5G 네트워크를 통해 장비가 보내는 신호가 20마일 떨어진 서버에 도착한 후 사용자에게 되돌아가는 과정이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된다. 영국의 보다폰은 지난 2월 MWC 2019 현장에서 원격 수술을 시연하며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도 SK텔레콤이 오는 2020년 개원하는 용인세브란스 병원에 5G망을 구축하고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한다. 의료기관이 메인 통신망을 5G로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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