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드 보복' 프레임에 갇힌 한국 언론

배인선 기자입력 : 2019-07-03 06:17
“중국 베이징 창안제 일대 삼성·현대차 광고판 전부가 지난달 29일 심야에 베이징 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습 철거됐다."

최근 우리나라 매체들이 베이징 시내 삼성·현대차 광고판이 한밤중 갑자기 철거됐다며 떠들썩하게 보도한 내용이다. 일부 매체는 “한국기업 길들이기”라며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광고판 철거는 한국기업을 겨냥한 것도, 사드 보복도 아니었다. 베이징에 사는 한 지인은 철거된 광고판 중에는 '만커피'를 비롯한 현지 기업 간판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국 광고대행사 IMS가 2025년까지 운용하기로 베이징 공기업과 계약한 광고판이지만, 삼성·현대차 광고 계약기한은 이미 2017년 말에 끝났다고 한다. 광고대행업체와 베이징 당국과의 계약상 분쟁인데, 광고대행업체가 한국기업이고 하니 부풀려 보도한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베이징 정부는 2017년부터 도시 경관을 개선하겠다며 광고판, 간판을 대대적으로 철거했다. 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대표 IT기업 간판도 새로 교체됐다. '이정표가 사라져 길을 잃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을 정도다. 무단으로 광고판을 철거하는 베이징 정부의 잘못된 일 처리 방식이 문제의 핵심이지, 이게 한국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하는 건 바늘을 방망이라고 우기는 '침소봉대' 격이다.

사드 갈등 이후부터일까. 우리나라 언론은 중국의 정책에 '과민반응'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뭔가 좀 아쉬운 일이 있다 싶으면 으레 '사드 보복' 프레임을 덧씌우기 일쑤였다. 과하게 말하면 '피해망상' 수준이랄까. 우리나라 식품이 중국 통관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현지 식품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서였고, 한국산 게임이 판호(허가권) 발급을 받지 못한 것도 현지 규제 강화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에서 이마트·롯데마트가 철수한 것도, 현대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근본적으로는 현지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드 보복을 상기시키며 중국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반중정서를 유발하는 뉴스는 가뜩이나 악화된 한·중 관계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닐까. 우리나라 언론도 중국을 직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로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여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중국 베이징에서 도시 환경미화를 위해 광고간판을 철거하고 있다는 베이징TV 뉴스 보도내용. [사진=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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