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Becoming Chinese(중국인 되기)

  • '중국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세대

  • 中브랜드·기술에 매료…'중국식 삶' 동경

  • 트럼프발 불확실성 반발 심리 한몫


"You're very Chinese(너 정말 중국인같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 표현은 칭찬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구식 라이프를 동경하던 중국 사회에서 'Chinese'는 종종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한 것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그러나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이 단어가 품는 의미도 바뀌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아주 중국적인 시기에 당신을 만났어요(You met me at a very Chinese time in my life)."

지난해 X(옛 트위터)에서 유행한 이 문장은 영화 '파이트 클럽'의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여기서 'Chinese'는 국적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 정서와 삶의 태도를 뜻한다. 트럼프 시대의 불안함과 폭력성에 지친 미국인에게 '중국적'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나은 안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최근 유튜브와 틱톡에 퍼진 'Becoming Chinese(중국인 되기)' 영상 속 외국인들은 따뜻한 슬리퍼를 신고, 아이스 커피 대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샐러드 대신 죽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팔단금 같은 전통 기공 체조를 한다. 이들에게 중국인의 삶은 느림·절제·신체 균형을 중시하는 웰빙 라이프 스타일로 재해석된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 변화는 통계에도 나타난다. 브랜드파이낸스의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중국은 영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특히 18~24세 연령대에서는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까지 접근했다. 중국의 이미지가 더 이상 '위협'만이 아니라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단 뜻이다.

비자 면제 확대 이후 중국을 찾는 외국인 청년이 급증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수사에 반발한 많은 젊은 세대는 휴대폰, 노트북부터 라부부(장난감), 샤오훙수(소셜미디어)까지 중국 기술, 중국 브랜드, 중국 도시에 그 어느 때보다 매료된 듯하다.

중국 관영 언론은 'Becoming Chinese' 열풍을 자국 소프트파워의 성과라며 긍정적으로 띄우기에 나섰다. 글로벌타임스는 "서구 사회의 분열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질서와 포용성, 내면의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식 생활 방식이 새로운 해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인으로 살기, 중국인 되기(Being Chinese, Becoming Chinese)> 저자인 정치철학자 다니엘 A. 벨은 이를 이론적으로 정리한다. 그는 "중국은 국력이 강할 때 외국인을 포용하고 약할 때 배척해 왔다"며, G2로 부상한 오늘날의 중국은 더 이상 혈통이 아닌 문화적 소속감으로 '중국인'을 정의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중국 국제정치학자 옌쉐퉁은 한발 더 나아가 "국력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중국은 이제 군사력이나 GDP가 아닌, 인재를 놓고 경쟁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며 외국인 공무원 채용, 시민권 확대, 능력 중심 이민 정책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인처럼 산다는 것과 중국에서 산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터넷 만리장성, 정치 검열과 통제, 사회적 감시는 여전히 '살고 싶은 나라'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Becoming Chinese'는 불안한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일시적 동경일지도 모른다. 'Becoming Mexican'이나 'Becoming Indian', 'Becoming Filipino'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진짜 시험대는, 중국이 이 일시적 매력을 얼마나 지속 가능한 신뢰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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