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의원, ‘조문보’에 담은 애절한 사모곡

김봉철 기자입력 : 2019-06-25 15:59
고인 사진과 생전 에피소드 담아 “6남매에 헌신·희생 삶 보여줘”

고 정계영 여사의 삶의 흔적이 담긴 조문보. [민병두 의원 페이스북 캡쳐]

“어머님은 큰 사람을 남기셨습니다. 희생하는 삶, 기도하는 삶을 보여주고 떠나셨습니다. 저희 자손들은 어머님의 가르침을 늘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친 고(故) 정계영 여사는 오랜 투병 끝에 22일 오후 4시 15분 서울삼육병원에서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정 여사의 빈소에는 고인의 생전 흔적이 담긴 사진과 자녀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담긴 ‘조문보’가 놓여져 있었다.

여섯 형제들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억하고,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4페이지짜리 조문보를 만든 것이다.

조문보에는 1929년 5월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정 여사가 강원도 횡성의 갑천으로 시집을 와 대가족의 며느리로 집안을 챙겨온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어 자식 교육을 위해 1964년 서울로 와 6남매를 홀로 키운 이야기, 중풍으로 쓰러진 시아버님을 돌봤던 과거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특히 3남 3녀 중 다섯째인 민 의원과 동생 병래씨가 각각 민주화 운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민 의원은 성균관대에 입학 후 두 차례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전국조직을 결성해 민주화 운동을 하다 두 번이나 투옥돼 4년 가까이 복역했다. 이른바 전민노련·전민학련 사건(학림사건)이었다.

민 의원에 이어 아내인 목혜정씨까지 조사를 받았다. 부부는 1987년 제헌의회 사건에 함께 연루되며 대표적인 운동권 커플로 남게 된다.

정 여사는 “두 아들을 두고 매일 면회를 가며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막상 아들 앞에 서면 목이 메었다”고 전했다. 그 힘든 고통의 세월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신앙에도 갈등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민 의원은 그럴 때면 ‘옳은 일하다 박해 받은 이는 행복하다’는 성서 문구를 인용하며 정 여사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는 “예수처럼 인간은 자기가 추구하는 길을 갈 때 감옥에서라도 행복하다”며 “민주주의는 누군가의 희생 없이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 여사에게 위로의 말은 건넸다.

정 여사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에서 ‘민주투사 석방’을 외치며 농성하며 아들의 석방을 위해 백방을 뛰었다. 조문보에는 이 때 정 여사가 단식을 하면서 지병이었던 당뇨병이 악화됐다는 사연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갖은 어려움을 겪은 정 여사에게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1990년 유럽 성지순례와 5월 어버이날 회갑연를 회상하며 아들의 등에 업혔을 때를 “환희에 찬 행복을 맛보았다”고 표현했다.

정 여는 25일 포천 평화묘원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갔다.

고 정계영 여사의 삶의 흔적이 담긴 조문보. [민병두 의원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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