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 파문] ①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나선 저커버그... 글로벌 인터넷 은행 출사표

강일용 기자입력 : 2019-06-25 11:21
페이스북, 2020년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발표... 27곳 파트너와 함께 추진 안전하고 저렴한 글로벌 금융 서비스 목표, 국가 규제 벗어난 인터넷 은행 사업 진출이나 다름 없어
대표적인 중앙화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탈중앙화의 대표적 사례인 '암호화폐' 발행에 나선다. 암호화폐를 활용해 전 세계 수십억 이용자들에게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정체된 페이스북의 사업모델을 대신할 신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야심이다. 실질적으로 글로벌 인터넷 은행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미국·유럽의 정부와 금융 기관들은 제도권의 규제를 받지 않는 페이스북 암호화폐가 전 세계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5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18일(현지시각) '리브라 협회(Libra Association)'를 설립하고 전 세계 27개 기업 및 단체와 함께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발행에 나선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캘리브라(Calibra)'를 설립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리브라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 암호화폐 발행을 위한 테스트넷을 운영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사진=페이스북 제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리브라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이용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리브라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된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17억명 이상의 이용자들에게 저렴하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를 통해 100달러를 송금하는데 수수료로 30달러를 내는 등 불합리한 기존 금융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해 리브라 발행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리브라의 가장 큰 특징은 가치의 변동성이 최소화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는 점이다. 쉽게 설명해 1리브라는 1달러처럼 고정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여기서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별도의 환전 없이 전 세계 어디서나 리브라를 화폐처럼 이용해 재화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리브라를 달러와 금을 대신할 글로벌 화폐로 만들겠다는 페이스북의 야심이 엿보인다. (실제로 1리브라가 1달러에 대응한다는 뜻은 아니다. 1리브라의 가치는 아직 미정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시중의 주요 암호화폐는 그 가치를 담보하는 실물 또는 금융 자산이 없기 때문에 가치 변동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1비트코인의 가치가 약 300만원에서 1000만원 수준으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이 점에서 국가에 의해 안정적인 가치가 보장되는 실제 화폐처럼 재화의 구매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리브라 적립금(Libra Reserve)'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리브라 협회의 구성원이 리브라를 발행하려면 은행 예금이나 국채를 담보로 맡겨야 한다. 디지털 화폐를 지향하는 만큼 실물 자산인 '금'은 담보로 받지 않는다. 이렇게 적립된 예금과 국채는 스위스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 리브라 협회가 관리하며, 리브라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활용된다. 만약 발행한 리브라를 소각하면 그만큼 담보로 맡긴 예금이나 국채를 돌려받을 수 있다.
 

리브라 협회 구성원.[사진=리브라 재단 제공]


페이스북은 27곳에 달하는 전 세계 주요 기술, 핀테크 기업을 리브라 파트너로 확보했다. 비자, 마스타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페이유(내스퍼스 자회사) 등 결제대행사와 이베이, 우버, 리프트, 스포티파이 등 기술 기업이 파트너로 합류했다. 앵커리지, 코인베이스 등 블록체인 기술 기업과 안데레센 호로이츠, 유니언스퀘어벤처스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벤처캐피탈도 함께 한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 결제대행사와 기술 기업이 리브라 재단에 합류한 점도 리브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자금 문제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는 다른 메인넷과 달리 리브라는 파트너들에게 많은 기술·인프라 지원을 받으면서 급격히 서비스 규모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당장 내년부터 전 세계 1, 2위 모바일 메신저인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페이스북 자회사)에 리브라 지갑을 추가해 리브라를 주고받거나, 재화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 파급력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상용화하는 내년까지 100여곳 이상의 파트너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페이스북과 관계 없이 운영되는 탈중앙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를 통해 리브라 협회에 참여한 28곳의 회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리브라 메인넷은 리브라 협회 구성원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관련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등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누구나 리브라 적립금만 내면 리브라 협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페이스북이 리브라 협회 설립과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만큼 협회 내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일각에선 페이스북이 리브라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이용자의 금융 거래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나 금융 상품 추천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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