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북·미 관계…G20 전 실무협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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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9-06-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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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서 주고받으며 "흥미로운 내용" 평가…김정은, 시진핑 통해 美에 메시지 전할듯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줄곧 얼어붙었던 북·미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상들이 친서를 주고받는 등 멈춰 있던 비핵화 협상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23일 북한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왔다면서 친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공개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시점과 친서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는 김 위원장이 앞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 형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와 관련해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언급한 점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했고, 북측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이 보낸 '흥미로운 대목'에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로운 내용'으로 화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직·간접적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의 '노딜' 이후 4개월 동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자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발신한 게 아닌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형태의 친서를 교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북·미 간 대화가 암초를 만날 때마다 친서를 보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곤 했다. 두 차례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친서 외교'를 통해 난관을 넘어섰던 만큼 이번 친서 교환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19.6.9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들어 미국 측이 '선(先) 실무협상 재개' 입장을 피력하며 북측에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왔던 점도 눈길을 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며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협상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에 비건 특별대표가 나서는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 측이 실무회담 등 대화를 제안하면서 다시 한번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모션을 취하고 있는데, 미국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어서 북한으로서는 손해볼 장사는 아니다"라면서도 "서로가 입장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스몰딜 수준의 대화만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한 시기가 지난 20∼21일간 있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과 맞물린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14년 만에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3차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금수산영빈관에서 시 주석과 부부 오찬을 한 소식을 전하면서 양국 정상이 "조선반도 정세를 긍정적으로 추동해나가기 위한 토의를 계속했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중요한 문제들에서 견해일치를 이룩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되는 미중·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입'을 빌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며 '올해 말'까지 시한을 제시했지만,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시 주석의 방중을 지렛대로 삼아 대화 재개의 시기를 선제적으로 당기려는 속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인 만큼 북한은 이 자리에서 나오는 한·미 정상의 메시지를 보고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요청에 응할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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