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시재생 선진모델 현장을 가다](5)​한국 도시재생 해답,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서 찾는다

일본 도쿄=김충범 기자입력 : 2019-06-23 15:23
세계 도시재생 성공사례 원조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도시 압축 및 MXD 극대화에 초점 단순 재생 차원 넘어 도시 경제 및 국가 경쟁력 회복 열쇠로 작용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 힐스 모리타워 전경. [사진제공=일본 모리빌딩 본사]

#. "현재 도쿄는 서울, 상하이, 싱가폴 등 아시아 여러 도시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롯폰기 힐스 사례는 도시재생 본연의 의미인 지역 자생력을 키우는 단계를 넘어, 국제 도시들 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부터 핵심 국책사업으로 지정된 도시재생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린 지 2년여가 흐른 지난 5월, 일본 '롯폰기 힐스(六本木, Roppongi Hills)' 일대를 탐방했다.

일본 수도 도쿄도(東京都) 미나토구(港区)에 위치한 롯폰기 힐스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이번 탐방은 롯폰기 힐스가 쇠락한 지역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만한 기능을 도입해 일대를 재생하는 것은 물론 도시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도시재생 본연의 의도에 충실히 부합했는지, 또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한국형 도시재생에 접목할 수 있는지 여부에 주안점을 두고 이뤄졌다.

◆ 도쿄를 압축한 미나토구, 이를 다시 압축한 '롯폰기 힐스'

롯폰기 힐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업지가 위치한 도쿄, 미나토구, 그리고 '복합개발단지(MXD: Mixed Use Development)'에 대한 개념 정립이 전제돼야 한다. MXD란 도시 내 주거, 업무, 상업, 녹지, 여가시설 등이 상호 유기적 관계를 갖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개발되는 것을 뜻한다.

도쿄를 시(市)·정(町)·촌(村)을 제외한 23개 특별구로 한정한다면, 도쿄는 도시 규모 측면에서 우리 수도 서울과 유사한 점이 많다. 실제로 도쿄 23개구의 면적은 627㎢, 서울은 605㎢이며, 인구 역시 920만명, 1000만명 수준으로 비슷하다.

무엇보다 도쿄는 서울보다 도시화와 쇠퇴화를 먼저 경험한 도시다. 또 도쿄가 구도심인 도쿄항을 중심으로 스프롤 현상을 겪으며 조화롭지 못한 도시화 과정을 거친 점도 서울 강북권 일대 난개발과 대응된다. 국내 중소 도시라면 몰라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라면 도쿄 재생지역은 더없이 좋은 벤치마킹 사례인 셈이다.

5월 방문한 미나토구 롯폰기 힐스 지역은 이 같은 도시화와 쇠퇴화의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으며, 도쿄 전체를 압축한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일본 전통 목조주택 밀집 지역인 '모쿠미츠(木密)'가 요소요소에 위치하면서도 이와는 이질적인 모습의 대형 빌딩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은 일본 전통 문화와 다국적 문화가 혼재된 도쿄의 축소판으로 봐도 무방해 보였다.

특히 미나토구는 지역 명물인 '도쿄 타워'를 비롯해 '후지 필름', '아사히 TV', '코나미'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과 다양한 오피스 빌딩들이 밀집해 있고, 고가도로, 지하철 등도 뒤엉켜 도쿄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으로 손꼽힌다. 서울로 따지면 강남구나 용산구 정도의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롯폰기 힐스는 이처럼 화려한 미나토구 중에서도 번화가인 6초메(丁目)에 조성돼 있는 대형 복합개발단지다. 일대는 지하철 히비야선과 오에도선 환승역인 롯폰기역을 걸어서 5분 정도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교통 접근성도 좋았다.

롯폰기 힐스에 가장 먼저 도착하면 분수대, 여러 사람들의 약속 포인트인 휴게공간 '로쿠로쿠(66) 플라자'와 대형 조각품 '마망(Maman)'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프랑스 조각가 루이 뷔르조가 제작했다는 마망은 거미를 형상화한 조각품으로, 외국인들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릴 만큼 롯폰기 관문의 명물로 톡톡히 자리매김했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 힐스 입구 전경. 좌측으로 거미를 형상화 한 조각 '마망(Maman)'이 보인다. [사진제공=김충범 기자]

이중 롯폰기 힐스의 핵심은 단연 '모리 타워(Mori Tower)'다. 지상 54층, 238m 높이의 도쿄 대표 랜드마크로 꼽히는 이곳에는 주택, 호텔, 업무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방송국, 미술관, 공원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한곳에 집약돼있다.

그야말로 MXD 방식의 전형으로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미니 미나토구'인 셈이다. 무엇보다 롯폰기 힐스가 인공적인 복합단지라는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발돋움한 데에는 구역 전체의 동선이 체계적으로 짜여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모리타워 안내원은 저층부에 상업시설, 중층부에 오피스, 상층부에 전망대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고 했다. 이정표도 곳곳에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도 원하는 장소를 찾기도 쉽다. 굉장히 다양한 기능이 혼재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이용하기에 매우 간명한 동선 체계를 갖췄다.

다만 일대는 고저차가 있어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2~3층부터 접근할 수 있다. 1층은 미로 형태의 복합 주차장과 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헤매기 쉽다.

하지만 이 역시 도로 유휴 공간 및 복합 단지를 효율적으로 결합해 개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롯폰기 힐스를 둘러보면 이처럼 자투리 공간을 한계치까지 활용했다는 인상을 곳곳에서 받게 되는데, 고저차 활용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다.

◆ 권리자와의 합의 형성이 롯폰기 힐스 개발의 핵심…도시재생은 도시뿐 아닌 국가 경쟁력 높일 수 있는 열쇠

도시재생의 또 다른 의의는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일본 모리빌딩 본사 측은 이와 관련해 개발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이 원활히 진행됐고, 이는 다시 개발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모리빌딩 본사 관계자는 "롯폰기 힐스에는 금융 및 정보기술(IT)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으며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도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를 통한 근로 인원만 1일 약 2만명에 달한다"며 "또 800개에 달하는 레지던스, 200여개의 점포를 비롯해 호텔,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끊임없는 고용 창출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고용 창출은 곧 인근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또 방문객 증대를 불러일으킨다"며 "롯폰기 힐스는 지난해 4월 개업 15주년을 맞이했는데, 일대를 방문한 누적 방문객만 약 6억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롯폰기 힐스가 단순한 도시재생 공간이 아닌 독특한 지역 랜드마크로의 역할도 함께 겸하고 있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리타워의 최정상 지점에는 또 다른 명물인 전망대와 미술관이 있다. 정확히 52층에는 360도로 동서남북을 모두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그 위인 53~54층에는 미술관이 위치한다. 방문 당일에는 구름 한 점 없을 정도로 맑은 날이었던 터라 전망대에서 운 좋게 도쿄 타워는 물론 멀리 도쿄만과 후지산까지 모두 구경하는 행운도 누렸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 힐스 52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쿄 일대 전경. 정면에 도쿄 타워가 보인다. [사진제공=김충범 기자]

특히 52층 전망대에서는 비정기적인 행사나 프로모션이 열리기도 한다. 방문 당일에는 '픽사(PIXAR)' 전시회가 열려 애니메이션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또 53~54층에 있는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됐다. 전망대조차도 단순한 전망의 기능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 조성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체류시키고자 하는 모리타워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날 필자도 오후 5시쯤 전망대에 방문해 도쿄 전경만 감상하고 나올 예정이었지만, 전망대와 미술관의 볼거리가 워낙 다양해 해가 진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가까스로 나올 수 있었다.

이렇듯 완벽하게 도시재생 선례로 자리 잡은 롯폰기 힐스지만 개발 과정에서 난제가 결코 적지 않았다고 모리빌딩 관계자는 털어놨다.

실제로 롯폰기 힐스는 간토평야 남단에 위치해 대부분 평지로 구성된 도쿄에서는 보기 드물게 고저차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살짝 숨이 차오를만한 언덕이 있으며, 일대를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롯폰기 힐스와는 사뭇 이질적인 주거 여건이 불량한 목조주택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모리빌딩 본사 관계자는 "롯폰기 힐스 계획 면적은 약 11헥타르(11만㎡) 정도였는데, 구역 내 15m에 달하는 높낮이 차이가 있고 도로도 구불구불하게 급경사로 이뤄져 눈이 오면 통행이 금지될 정도로 주거 환경 여건이 열악했다"며 "특히 구역 남측으로 저층 목조주택이 많았고, 주택지 내로 연결되는 도로는 차는 물론 사람도 겨우 스쳐지나갈 정도로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울 만큼 롯폰기는 방재상 과제도 만만찮은 지역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리빌딩 측은 도시재생 진행하는 과정에서 권리자와의 합의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모리빌딩 관계자는 "롯폰기 힐스는 지난 1986년 시작부터 2003년 준공까지 개발에 무려 17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이에 당시 정부의 법률, 규제 개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 제안 및 시도에 나서야 했고, 그 결과 행정 관계자와 협의하는데도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때문에 개발 반대 세력들과의 끈질긴 협의에 협의를 거듭해야 했다. 권리자와의 합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같은 결과 롯폰기 힐스는 일본의 '도시 재개발 법(Urban Development Law)'이라는 법률에 근거, 모리 빌딩이 약 400명에 달하는 소유주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일본 모리빌딩 본사 관계자는 "롯폰기 힐스의 성공 사례는 아크힐 스, 토라노몬 힐스 등의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세계의 사람, 물품, 돈, 정보를 유인하는 등 도쿄 도시 전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공헌했다"며 "특히 도시재생은 단순한 지역재생 차원을 넘어 도시 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의 회복 열쇠가 되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기금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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