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상장 줄줄이 연기..."경제·사회 불안에 투자심리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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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6-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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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기업·자금 싱가포르 이전설도

홍콩 증시에 진출하려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고 있다. 최근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19일 홍콩명보에 따르면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李嘉誠)이 설립한 CK허치슨 그룹 산하 제약업체 '허치슨차이나메디테크'는 당초 20일 홍콩거래소에 추가 상장하려고 했지만 일정을 미뤘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35억 달러(약 4조1177억5000만원)에 달하는 암 치료제 개발업체다. 이번 추가 상장을 통해 5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허치슨차이나메디테크는 "최근 시장 불안 속에서 적당한 시기를 찾고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핑안보험 그룹의 핀테크 자회사인 '원커넥트'도 홍콩거래소에 상장하려고 했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눈길을 돌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원커넥트는 일본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자금 조달 때 75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물류·부동산개발업체인 ‘ESR케이먼’ 역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12억 달러를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홍콩거래소 상장을 연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콩 대규모 시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 기업들의 대규모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8일(현지시간) 홍콩에 있는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라 조셉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CNBC의 '스쿼크박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회사와 돈을 싱가포르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인재들이 홍콩을 떠나고 있고 기업들은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소재 부동산 투자회사 포트우드캐피털의 피터 처크하우스 상무 역시 "아시아 지역 본부를 홍콩 둔 기업들이 다른 아시아 국가, 대부분 싱가포르로 지역 본부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CNBC에 전했다.

이에 더해 홍콩 재벌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홍콩 내 자금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홍콩 재벌은 로이터통신에 "홍콩 씨티은행 계좌에 있던 돈 가운데 1억 달러 이상을 싱가포르 계좌로 옮겼다"며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정부가 추진해온 송환법 개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해 거리로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캐리 람 행정장관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범죄자 인도법과 관련해 사회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다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임기 5년 가운데 남은 임기 3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시민들이 요구한 사임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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