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위기 대응법 '외강내유'…美 견제하며 홍콩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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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6-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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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亞 순방 뒤 귀국, 오사카 담판 집중

  • 美 보호주의 비판, 中 패권 야욕은 숨겨

  • 홍콩 송환법은 연기, 習 의중 반영된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아시아 상호협력신뢰구축회의(CICA) 제5차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리며 대미 공동 전선 구축에 주력했다.

반면 홍콩 시민들이 격하게 반발한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제정 문제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美 겨냥 "자기 이익만 챙기면 안돼"

시진핑 주석은 12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진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2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당분간 베이징에 머물며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이뤄질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준비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중앙아시아 순방 기간 중 미국을 겨냥한 듯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전날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아시아 상호협력신뢰구축회의(CICA) 제5차 정상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보호주의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해야 한다"며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기 이익만 챙기거나 어려움을 다른 이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자주의를 실행하고 국제법에 근거한 국제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며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상호 존중의 정신과 평등한 대화 협상을 통해 다자 무역의 규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걸핏하면 보호주의나 일방주의를 행사하는 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라는 주어만 빠졌을 뿐 트럼프 행정부를 정조준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이 아시아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언급도 나왔다.

시 주석은 "중국은 평화적인 방식으로 유관국 간의 영토 주권 및 해양 권익에 대한 분쟁을 처리할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으로 역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확산과 미국에 맞설 공동 전선 구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개방과 공영을 견지하며 각국과 발전의 기회를 공유해야 한다"며 "중국은 각국과 함께 일대일로 플랫폼을 공동 건설해 새로운 발전 동력을 주입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나자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유엔 헌장 및 국제법 준수, 유엔 중심의 고효율 다자주의 견지, 내정 불간섭 원칙 지지, 개방형 세계 경제 건설, 보호주의 반대 등에 합의했다.

러시아와 이란, 터키,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등 CICA 회원국 대부분이 중국의 전통적 우방으로 분류되는 만큼 시 주석이 의도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 다섯째)이 지난 15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아시아 상호협력신뢰구축회의(CICA) 제5차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홍콩 압박 숨고르기, 오사카 담판에 집중

홍콩에서 10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 제정의 경우 일단 연기 방침을 밝혔다.

송환법은 중국과 대만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법안 추진을 연기하고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홍콩 정부의 결정처럼 보이지만 중국 공산당과의 교감 없이 법안 제정을 연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홍콩 민심이 동요하고 서구 등 대외적으로 반중 정서가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중국 수뇌부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담판을 앞두고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으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의 갈등 조정 결과 등 상황 추이에 따라 법안 제정을 재추진할 여지도 있다.
실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의 결정을 지지한다면서도 "송환법은 주류의 민의가 지지하고 있으며 많은 시민이 법의 허점을 막아 홍콩이 범죄의 천국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번 법 개정은 현실적인 필요이자 홍콩 기본법 적용과 함께 법치 및 정의 구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송환법에 반대 의사를 밝힌 미국을 향해 "홍콩의 일은 중국 내정으로 그 어떤 나라도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비난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홍콩 사태가 체제 동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유화책도 병행하는 모습"이라며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복안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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