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언론, 유혈사태로 번진 홍콩 시위에 불편한 기색 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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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6-1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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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시위는 미국에게만 좋은일...서방 국가 정작 관심 없어"

  • 中정부 "법안 지지...美, 홍콩에 대한 간섭 중단해야" 경고

범죄인 인도 법안과 관련해 홍콩 정부와 시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비록 홍콩 입법회(국회)가 2차 법안 심의를 연기했지만 법안 추진을 주도해온 홍콩 행정장관이 예정대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임을 내비친 만큼 당분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며 불안한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 언론은 연일 홍콩 대규모 시위는 미국만 도와주는 꼴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中 환구시보 "홍콩 시위는 아군에겐 아픔을, 적에겐 기쁨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2일 사평을 통해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는 '아군'에겐 아픔을 '적'에겐 기쁨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게만 좋은 일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평은 시위대가 든 ‘반송중(反送中·중국 송환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와 관련해 "시위대는 홍콩 정부를 향해 외치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홍콩 간 '형제의 우애'를 해치는 행동이라고도 비난했다.

그러면서 범죄인 인도법안 개정은 국제 사회가 공인한 범죄자를 인도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평은 "시위대는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해 감정적으로 반대를 외치고 있다"며 "이러한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과 홍콩의 '싸움'을 즐기고 있다고도 사평은 덧붙였다. 정작 홍콩에는 관심이 없으며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사평은 "서방 언론들은 타인의 불행을 즐겨보는 듯한 논조로 홍콩 시위를 집중 조명했다"면서 "CNN의 경우 홍콩 시위 관련 기사 제목을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의 죽음을 뜻하는 것인가(Does the extradition law really spell the death of Hong Kong?)'라고 붙이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홍콩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냐면서 선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평은 홍콩 시민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누가 홍콩을 위한 마음이 큰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홍콩 입법회 주변에 겹겹이 배치된 시위진압 경찰 [사진=AP·연합뉴스]

◆中 "법안 지지한다...美 내정 간섭하지 마라" 재차 강조

중국 정부는 심의를 일시 연기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통과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나섰다. 

12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두 가지 법안을 수정하는 것을 결단코 지지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이번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가 위법 행위를 했다는 홍콩 정부 주장에는 "홍콩 번영과 안정을 해치는 어떤 행위도 홍콩의 주류 여론이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필요하면 강경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묵인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그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재평가해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중국의 내정’이라고 전했다. 홍콩과 관련된 일은 다른 국가가 간섭하지 말라는 얘기다. 

겅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 인사가 이번 법안에 대해 무책임하고 잘못된 발언을 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법안을 바라봐야 하고 미국이 홍콩·중국 내정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은 반환이 된 후 일국양제와 홍콩인에 의한 통치·자치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홍콩 경찰들이 시위대와 충돌했다. 최루가스 연기 자욱한 홍콩 도심[사진=AP·연합뉴스]


◆홍콩 시위대 "개정안 철회할 때까지 시위 계속할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12일 입법회(국회 격)에서 예정됐던 범죄인 인도법안 개정 2차 심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전날 밤부터 입법회 건물로 몰려들어 출입구를 막았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곤봉을 휘두르고 후추·스프레이는 물론 최루탄·물폭탄까지 발사하는 등 본격적인 진압 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10시께에는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이 강경대응하며 시위대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와 경찰 7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홍콩의 학생들과 민주 운동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을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중국의 다른 도시처럼 만들려는 것을 포기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며 홍콩 인도 법안 개정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고 SCMP가 전했다. 

홍콩에서는 지난 1997년 중국 반환 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해 지난 주말 이후 대규모 시위를 벌여왔다.

국제법상 국가는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없지만 다수 국가는 개별적으로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해 특정 범죄자를 서로 인도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1997년 중국에 주권을 반환하고 자치권을 획득한 홍콩은 범죄인 송환 국가를 일부 제한해왔다. 이번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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