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믿지도 보지도 않는데...언론은 지속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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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영국)=이영노 기자
입력 2019-06-11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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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뉴스미디어총회]뉴스 '신뢰의 위기'...뉴스룸 내부 혁신, 디지털 변화 따라잡아야

제71차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19)가 지난 1~3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렸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본지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등 약 70개국, 700여개사에서 800여명의 언론인이 참석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가 주최한 이번 총회는 '아무도 언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자기 반성 속에 언론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9 자유의 황금펜상'을 수상한 건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언론인들에게 귀감이 됐다.

언론인과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한 일련의 토론 세션에서는 뉴스룸에서 먼저 신뢰를 구축해야 하고, 그러려면 디지털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 잡아야 한다는 해법과 다양한 방법론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됐다. 
 

[그래픽=아주경제]


개막세션부터 언론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대중이 언론을 믿지 않을뿐더러,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 탓이다. 라스무스 닐슨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장은 "언론이 관심 끌기 전쟁에서 지고 있다"며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내밀었다. 미국인들이 디지털 뉴스·정보 매체에 할애하는 시간이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닐슨은 뉴스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편집상의 정확성과 투명성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들의 추천, 언론사다움, 실수를 다루는 방식 등 다른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은 이제 독자(시청자)라는 맥락에서 존재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타 라모스 소사 멕시코편집인협회 이사도 대중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20년 전에는 단지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길 바랄 뿐, 신문 발행 후엔 독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지 않았다"며 "이제는 독자들이 우리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걸 활용해서 우리의 콘텐츠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영자지인 더스트레이츠타임스의 워런 페르난데스 편집국장은 아예 독자들에게 편집국을 종종 개방해 소통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독자들은 의외로 자신이 구독하는 신문에 대해 궁금해하는 게 많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켜주는 과정에서 쌓인 관계가 신뢰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페르난데스 국장은 뉴스 형식을 다양화한 '유동적인 콘텐츠' 생산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럼 하나를 텍스트, 음성파일, 동영상 등 여러 형태로 만드는 식이다. 독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뉴스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국장은 "뉴스를 여러 형태로 제공하면 같은 내용을 수차례 활용할 수 있고, 기자들의 업무 효율성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제인 바렛 로이터 뉴스미디어스트래티지 글로벌 에디터도 뉴스룸이 전보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 콘텐츠의 형식을 다양화해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독자를 공략하는 건 효율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골든 세계신문협회장이 지난 1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71차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19)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구글, 트위터, 아마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이 세계 최대 뉴스 제공자로 부상했다"며 "언론이 디지털 분야에서 독자들과의 관계를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플리커, 세계신문협회(WAN-IFRA)]


뉴스룸 내부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이기도 했다. 언론사들이 독자나 시청자들과 점점 접점을 늘리고 있듯, 언론사 내부 혁신을 위해서도 구성원들과 접점을 확대해 뉴스룸 안에 혁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고든 이덜 캐나다 글로브앤드메일 글로브랩스 책임자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선뜻 내놓지 못한다"며 "회의가 끝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나면 그제서야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내 직함에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없는데, 혁신은 모두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글로브앤드메일은 뉴스룸 혁신을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의 킴 보드 뉴스레터·메시징 부문 상품 담당 책임자는 "난 항상 일대일 미팅을 중시한다"며 "왜냐면, 6~8명의 소그룹에서도 회의시간에 몇 사람은 침묵하는 경우가 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질문을 하고, 대화와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모두 데이터로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뉴스미디어스트래티지의 바렛은 "내가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편집국은 뉴스룸 전체를 감독하며 결과물을 요구하는 곳이었다"며 "미래의 편집국은 뉴스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의 시대에는 뉴스룸 구성원들을 통해 무궁무진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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