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세·기업제재 철회 없인 협상 안해…사실상 전면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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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6-0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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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무역전쟁 백서 발표 "美 타격 심각"

  • 협상 중단은 美 책임, 트럼프·習 타결 난망

  • 中, 희토류·블랙리스트 등 보복조치 나오나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2일 무역협상 백서 발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관세 철회와 화웨이 제재 해제 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측이 수용할 리 만무한 사안들이라 사실상 무역전쟁 전면전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토류 수출 금지와 미국 기업 제재 등의 보복 조치 실행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동에서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무역전쟁, 미국 위대하게 못 만들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일 오전 10시 '중·미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한 직후인 지난해 9월에 이어 두번째로 발표된 무역전쟁 관련 백서다.

당시 중국은 "목에 칼을 겨눈 미국과 협상을 할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그해 12월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만나기 전까지 3개월 가까이 협상이 중단됐다.

이번에도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자 중국은 '백서 대응'에 나섰다.

이날 백서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궈웨이민(郭衛民) 신문판공실 부주임은 "무역전쟁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라며 "관세 인상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심각한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측 실무급 협상 대표인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무역전쟁으로 미국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은 50% 급감했고 자동차 수출도 20% 줄었다"며 "미국이 남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2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완전히 미국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부장은 중국이 협상 중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 "타결 전에는 모든 내용을 토론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불합리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려 한 게 문제"라고 해명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보조금 제도 개선 등의 법제화와 정례적 모니터링 요구를 주권 침해로 본 것이다.

왕 부부장은 "협상 기간 중 미국은 기존 관세율을 인상하고 새로운 관세 부과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기업을 제재해 협상에 엄중한 위협을 가했다"며 "이 책임은 모두 미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서는 협상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모든 관세 부과 철회, 실제에 부합하는 대미 수입액 산정, 균형적이고 양측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 문건 작성 등을 제시했다.

중국을 상대로 극한 압박 전략을 구사 중인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이날 백서 발표와 기자회견 개최는 중국도 당분간 협상 테이블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더라도 극적인 타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준비한 보복조치 강행하나

이제 관심은 중국이 손에 쥐고 있는 반격 카드를 실제로 꺼내들 지에 쏠리고 있다.

왕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국의 희토류를 사용해 만든 상품으로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 시도하는 국가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않았다.

희토류 수출 제한보다 먼저 실행될 가능성이 높은 건 지난달 31일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외국 기업 블랙리스트)' 제도다.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정상적인 시장 규칙과 계약 정신을 위배하거나 중국 기업에 대해 차별 조치를 취하고 중국의 국가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외국 기업·조직·개인을 제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외무역법과 반독점법, 국가안전법 등을 근거로 들었다. 쉽게 얘기하면 트럼트 대통령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화웨이 제재에 나선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맞대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물류업체인 페덱스가 첫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화웨이가 맡긴 택배를 목적지인 중국 대신 미국으로 잘못 배송한 페덱스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왕 부부장은 "페덱스 등 외자 기업이 중국 법률을 위반했다면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해야 한다"며 "중국 법률을 존중하는 기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간의 안정적이고 공평하며 지속 가능한 무역 질서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과도한 게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 내 외국 기업을 안심시키려는 발언이지만, 이미 불안감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는 외국 기업은 중국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의 중국법인 관계자는 "무역 갈등의 차원을 넘어 미국 편인지, 중국 편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며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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