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VS신세계, ‘노다지’ 영등포역 쟁탈전…상인들만 ‘싱숭생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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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6-0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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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매출 5000억 새 주인, 28일 최종 결정…롯데百 ‘사수’ 신세계百 ‘설욕’

“모두들 내심 ‘롯데백화점이 그대로 운영하겠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 신세계백화점 이야기가 워낙 많이 나오니 걱정이네요.”

2일 오후 찾은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영업 중인 임대업체 직원들과 상인들은 싱숭생숭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영등포역 관리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3일 영등포역·서울역 신규 사용인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민자역사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섣불리 단언할 수 없는 상태다. 철도공단은 사전적격심사를 통해 사업자를 선별, 가격 경쟁을 거쳐 오는 28일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연 매출 5000억원의 우량 점포다. 기존 사용자인 롯데백화점과 최근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빼앗긴 신세계백화점이 설욕을 예고, 두 회사의 정면 대결이 예상된다.

하루 유동인구 15만명인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일대를 2일 오후 시민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이날 만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한 임대업체 직원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우리 입장에선 계속 롯데백화점이 되는 게 최상”이라면서 “그런 바람으로 오는 28일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고 시끄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했다는 임대업체 대표도 “신세계가 된다 해도 당장 1년은 안 쫓아내겠지만, 매출이 떨어지면 내보내고 자기 입맛에 맞는 업체를 넣을 게 뻔하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철도공단이 입주한 상인들에게 2년간 유예 기간을 줬는데, 28일 결정에 따라 영등포역사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역사의 계약 기간은 2017년 말 이미 만료됐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이곳에 입주한 상인들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사용허가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매출이 안 나오는 업체 중 (역사) 주인이 신세계로 바뀔 경우, 스스로 나갈 채비를 하는 업체들도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신세계백화점은 만약 역사를 운영하게 되면 기존 입점 업체들의 ‘영업 승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간판을 바꾸되 상권 특성을 고려해 급진적인 변화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찾았던 기존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해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점차 신세계의 정체성을 녹여내겠다는 것이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은 막판까지 공모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다. 기존 신세계 영등포점과 이마트,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 내 명품 매장 등과 시너지 효과를 고심하고 있는 것.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공모안은 준비를 다 해놨지만 실제 지원을 두고 3일 오전까지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의 수성 의지가 확고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0년 역사 운영 노하우와 영속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등포점 역무시설 등 공사비를 기부채납, 매출 규모에 따른 이익 배당금 등을 내세웠다.

영등포역사의 지분 25%를 보유한 코레일은 롯데 덕분에 지난 10년간 1346억원의 짭짤한 배당수익을 얻었다. 코레일의 ‘민자역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롯데 역사는 코레일이 보유한 12개 민자역사 중 2017년 기준 가장 큰 매출액(5325억원)을 기록했다.

철도공단의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영등포역사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후 적격자만 입찰에 참여시켜 최고가격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후보군인 두 업체 모두 대규모 점포 운영 경험 등 적격성에 문제가 없어 높은 가격을 써내는 쪽이 낙찰받을 가능성이 크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사 내 롯데백화점 출입구에서 많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기 위해 오가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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