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대기업 '세습 수단' 악용…"미발행주식으로 명문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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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9-05-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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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세습 수단’으로 자사주가 활용해 문제가 지적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30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박용진·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상법상 자사주 문제 진단과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백 의원은 “‘상법상 자사주 문제’는 오랜 동안 지적돼 온 대표적 ‘경제민주화’ 이슈 중 하나”라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자사주의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사주의 현황과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었다. 박 위원장이 밝힌 자사주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다. △자사주 규정 미비 △자사주의 마법 △자진상장폐지 등이다.

자사주는 회사가 스스로 발행한 주식을 취득·보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현행법(상법 제341조)에 따르면 배당가능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특히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사실상 의결권을 부활시킨다. 사업회사가 인적분할의 방법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에 해당 지주회사는 자사주 보유 비율만큼 사업회사의 신주 발행이 가능해진다. 이때 자사주가 사업회사에서 지주회사로 넘어가면서 없었던 의견권이 생기는 데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 부른다. 결국 지주사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증가 △대주주의 지주회사 지배력 강화 등의 효과를 누린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이런 자사주의 마법을 해외에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자기주식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취득한 자사주를 ‘미발행 주식’ 간주한다.

박 위원장은 “자사주는 ‘미발행 주식’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상법에 삽입해야 한다”면서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 금지와 자사주 처분 시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박용진 의원)과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박영선 의원) 등이 계류 중이다.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분할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한 경우 합병신주, 교환신주, 분할신주 등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분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사주를 활용한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문제도 있다. 상법에 따른면, 지배주주가 9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경우 5%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의 주식을 강제로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2016년 8월 상장폐지한 태림페이퍼 사례를 보면, 문제점을 알 수 있다. 태림페이퍼는 2015년 상장폐지를 위해 소수주주가 보유한 26.75%의 주식을 1주당 3600원에 매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결국 자사주 매입을 통해 총 95.12%를 확보한 태림페이퍼는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이후 소수주주들은 1주당 3600원이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1주당 1만3261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상장폐지 후 태림페이퍼는 1주당 4311원에 배당을 결정했는데 배당성향만 92.5%에 달해 지배주주에 막대한 배당액이 넘어갔다.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배를 불려주는데 악용 된 것이다.

이에 유준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 팀장은 “상장기업이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충족해야하는 최대주주등의 최소지분율 산정 시 자사주는 제외해야 한다”며 “소수주주의 주식을 공개매수 할 때 매수주체를 최대주주 등으로 한정하고 해당 상장법인의 매수 참여는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30일 '자사주 문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사진=신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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