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의 '책에서 책으로']6년간 764권 읽은 기자, '생각여행'의 기록

정숭호 초빙논설위원입력 : 2019-05-29 07:31
정숭호 초빙논설위원

[루드비히 폰 미제스]

[에인 랜드]



① 미제스 『인간행동』에서 랜드 『아틀라스』로

# 인간행동 :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인류 최적의 경제시스템이다
# 아틀라스 : 통제경제에 위축된 기업인들이 자유기업구를 만들다


2013년 6월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나는 최소한 724권의 책을 읽었다. 내가 사는 용인시 도서관에서 473권, 서울나들이 때 거의 안 빼먹고 들렸던 서울도서관에서 251권을 빌려 읽었다. ‘최소한 724권’이라고 한 것은 지인들이 준 책과, 사서 읽은 것도 몇 권 있어서다.
‘책에서 책으로’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써도 되겠다는 생각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나의 대출 이력’을 훑어보다가 떠올랐다. 도서관은 전산화가 아주 잘 된 곳이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조회하면 내가 언제 어떤 책을 빌려서 언제 반납했는지가 다 나온다.
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책은 책을 부른다. 흥미롭거나 유익한 책은 다른 책을 찾아 읽도록 부추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일 수도 있고,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작가의 책일 수도 있다. 내가 빌린 책들은 거의가 그렇게 연결돼 있었다.
필립 로스는 소설 『휴먼스테인』에서 밀란 쿤데라를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잠깐 등장시킨다. 대화는 짧았지만 그가 촉발한 쿤데라에 대한 내 호기심은 오래 계속됐다. 결국에는 쿤데라의 소설과 산문집 대부분을 읽게 되었다. 오르한 파묵이 문학 에세이 『다른 색들』에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묘사를 극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존감이 높아서 더 외롭고 쓸쓸한 망명자들의 삶을 담은 나보코프의 작품들을 빌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지난 6년 간 책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을 썼다. 나에게 책은 책을 부를 뿐 아니라, 책을 낳기도 한 것이다.
결국 이 칼럼 ‘책에서 책으로’는 책 이야기다. 어떤 책이 어떤 책을 불러왔고, 그 책은 또 어떤 책을 불러왔는가를 이야기하는 책 이야기다. 독서 이야기이이고, 인문학 이야기다. 책 이야기만 하면 무슨 재미겠는가. 간혹 영화와 드라마, 음악과 미술, 그것들에 얽힌 사람 이야기도 들어가야 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재미와 교양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책에서 책으로’를 시작한다. “당신 독서 이력을 읽어줘야 할 만큼 당신이 대단한 존재냐?”고 물을 분이 많을 것이다. 이런 질문에는 “최선을 다해 글을 쓰겠습니다”라는 대답밖에 할 게 없다.

내가 용인시 도서관에서 마지막으로, 즉 473번째 빌린 책은 루드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 1881~1973)의 『인간행동 Human Action』이었다. 6년 전 이 도서관에서 처음 빌린 책은 에인 랜드(Ayn Rand, 1905~1982)의 『아틀라스 Atlas Shrugged』였다. 1949년에 나온 『인간행동』은 개인의 판단은 왜 존중되어야 하며, 국가는 개인의 선택과 판단에 왜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시장경제체제는 왜 보호받아야 하는지, 즉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왜 인류에게 최적의 이념이자 경제체제인지 정치(精緻)하게 웅변하는 책이다.
경제는 물론 교육과 문화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인간행동』에 담긴 미제스의 생각은 나에게 그의 삶과 저작을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했다. 인터넷으로 여러 사이트를 뒤져나가다가 ‘미제스가 랜드에게 보낸 편지’처럼 그의 이름이 랜드의 이름과 함께 나오는 글 몇 편을 찾아 읽었다.
이런 글들은 나에게 랜드의 『아틀라스』를 읽었던 기억을 일깨워줬고, 나는 그게 언제였나 궁금해서 내 대출 이력을 조회해 봤다. 대출증을 처음 만든 2013년 6월 용인도서관에서 첫 대출한 책이 바로 『아틀라스』라는 걸 알고는 둘을 엮으면 이 칼럼 첫 회로 손색이 없지 싶었다.
랜드가 1957년에 써낸 『아틀라스』는 사회주의적 선동가들의 간섭과 개입에 시달려 움츠러든 미국의 기업인들이 콜로라도 산맥 깊숙한 곳에 누구도 찾아올 수 없는 자신들의 영토를 만들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누구의 간섭과 개입도 없이 자유롭게 영위하는 장면이 결말이다. 미제스의 『인간행동』과 맥이 맞닿아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영국 BBC는 20세기를 정리하는 특집에서 “성경 다음으로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책에서 책으로’를 미제스와 랜드, 『인간행동』과 『아틀라스』로 시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길어졌다. 『아틀라스』는 미국 드라마 《매드멘 Madmen》’을 보았기 때문에 찾아 읽었다는 건 다음에 설명해야겠다.


정숭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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