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용의 CEO열전] ① 늙은 공룡 MS를 다시 시총 1위로... 美 언론 '나델라상스'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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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05-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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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 인도 출신 실리콘밸리 CEO 중 1인... 27년 동안 MS에서 일한 클라우드 전문가

한때 늙고 지친 공룡으로 통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혁신을 거듭해 전 세계 시총 1위로 우뚝 섰다(9813억달러. 2019. 5. 20 기준). 이러한 눈부신 성과 뒤에 자사의 주력 사업이었던 윈도 대신 클라우드에 집중한다는 결정을 내린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의 혜안이 있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활을 이끈 나델라의 리더십을 르네상스에 빗대 '나델라상스(Nadellaissance)'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나델라는 경직되고 서로 협업하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 문화를 바꾸고, 윈도 대신 클라우드 중심의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모바일 대응 실패가 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위기

2010년 초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한 물간 기업으로 통했다. IT 업계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변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세우지 못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는 마지막 승부수로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문을 72억달러에 인수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별 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2년만에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야만 했다. 주가도 이러한 부진을 반영한 듯 2009년 약 16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후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IT 업계의 대장주를 표현하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라는 신조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는 없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IT 업계의 맏형은 그렇게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발머 전 CEO가 경영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할 의사를 밝히자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는 새 CEO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부 인사가 거론됐다. 업계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전문가를 영입해 위기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 철학과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 인사를 CEO로 선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내부 전문가를 CEO로 선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4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는 나델라를 CEO로 최종 낙점했다. 나델라는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의 뒤를 잇는 마이크로소프트의 3번째 CEO다. CEO로선 3번째이지만, 세대 구분을 따르면 2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의 친우로 마이크로소프트 설립 초기에 합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델라가 CEO로 부임하자 시장은 비로소 마이크로소프트가 진정한 세대 교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사티아 나델라는 누구?

나델라는 196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 시에서 태어났고, 인도 망갈로르 대학 부속 마니팔 공과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유학길에 오른 나델라는 미국 위스콘신-밀워키 대학에서 전산학 석사를 받았고, 시카고 대학 MBA(경영학 석사)를 이수했다.

대학 졸업 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잠깐 일한 후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했다. 처음엔 윈도NT를 제작하는 부서에서 일했고, 2001년 스티브 발머가 전두 지휘하던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부에 개발 책임자로 배치됐다. 2006년 이 사업부의 총괄 관리자로 승진했다. 이어 2008년 검색, 광고 부서에 배치돼 인터넷 검색엔진 빙(Bing)을 시장에 안착 시켰고, 2011년 엔터프라이즈(기업 서버) 사업부로 이동했다.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사업부를 통합함에 따라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담당 수석 부사장을 겸하게 됐다.

나델라는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를 이끌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오피스(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등)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긴 '오피스365'와 기업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운영체제 '윈도 서버 2012' 출시를 주도했다. 다이나믹스 CRM·ERP를 '다이나믹스 CRM·ERP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 경쟁하기 위해 자사의 윈도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였던 '윈도 애저(Windows Azure)'를 리눅스, 윈도 등 모든 운영체제 기반의 클라우드 '애저(Azure)'로 전환했다.

나델라의 주도로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는 크게 성장했다. 2012년에는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의 매출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존 핵심 사업이었던 윈도 사업부를 뛰어넘었다. 2013년에는 200억달러 매출을 돌파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나델라는 발머의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리에 올랐다. 일개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을 거쳐 최고경영자가 된다는 모든 직장인의 꿈을 직접 실천했다.
 

[사진=아주경제DB]


◆위기의 회사를 반등시킨 전략은 '클라우드 퍼스트'

나델라가 CEO에 오른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작업은 '클라우드 퍼스트(클라우드 우선)'다. 더 이상 끼어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모바일 시장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IT 업계에서 모바일 다음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클라우드에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IT 업계는 일반 시장의 경우 모바일이 주류였지만, 기업 시장의 경우 신 사업 추진을 위한 필수품인 클라우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었다.

나델라의 선택과 집중은 취임 3년만에 큰 성과를 냈다.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애저 클라우드 등) 부문에선 아마존에 이어 2위, 소프트웨어 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365, 다이나믹스365 등) 부문에선 업계 1위를 기록했다(매출, 시장점유율 기준). 시가총액도 2017년 1월 51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취임 후 60% 이상 상승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자사 클라우드 사업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개방과 협력으로 과거의 폐쇄적인 회사를 세계 최고로 만들어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으로 위기의 기업을 반등시킨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기 위한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바로 '개방과 협력'이다.

과거 빌 게이츠와 발머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방, 협력과 가장 거리가 먼 기업이었다. 두 전 CEO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쟁사를 시장에서 제거해 세상을 독점하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자선 활동과 기부 등의 선행을 하는 위인이 되었지만, 과거 빌 게이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했던 것으로 악명 높았다. 이러한 빌 게이츠의 경영 철학은 스티브 발머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발머는 애플, 구글, 리눅스 연합 등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연히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비즈니스를 진행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나델라는 달랐다. 나델라가 CEO에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용 오피스 앱을 발표했다. 맥OS용 오피스도 윈도와 차별 없이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는 맥OS용 엣지 웹 브라우저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계약 때문에 한 세대 떨어지는 오피스만 성의없게 공급해왔던 모습과 달라진 행보다.

2016년에는 “마이크로소프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Microsoft Love Linux)”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모든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실제로 애저 내의 가상머신의 50% 이상이 리눅스와 관련 오픈소스로 구동될 정도로 리눅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었다. "리눅스는 암과 같다"고 표현하던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 모습에서 180도 변했다.

최근에는 기업 차원에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과거 경쟁사였던 레드햇, VM웨어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과 공동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자사 서비스에 이들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타사를 배제하고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 대신 타사와 협력해 시장의 크기를 키움으로써 자사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3년간 진행된 나델라의 개방과 협력 전략은 주효했다. 지난 2018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경쟁자였던 애플, 새로운 경쟁자인 아마존, 구글 등을 제치고 20여년만에 전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현재도 세 기업과 시총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오피스, 윈도, 게임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가 1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반영한 듯 2018년부터 미국 테크 언론들은 IT 업계의 대장주를 'FAANG'에서 부진한 페이스북과 규모가 뒤떨어지는 넷플릭스를 빼고 'MAGA(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로 표현하고 있다. MAGA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패러디한 단어다.

◆네 번째 변화 주도, 혁신은 이제 막 시작일 뿐

나델라는 올해 연례 개발자행사 '빌드 2019'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사업으로 '인텔리전스 클라우드(지능형 클라우드)'와 '인텔리전스 엣지(지능형 단말)'를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점점 더 성능이 강화되는 클라우드와 IT 기기를 의미한다. 클라우드, 인공지능 시장에 이어 사물인터넷과 스마트공장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야심이다.

인공지능 기업으로의 변화는 2017년부터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운영체제, 문서도구, 클라우드에 이은 네 번째 변화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00여개에 가까운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외부 기업에게 공개했고, 관련 특허 출원도 2위인 구글의 2배가 넘는 등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델라의 고향인 인도 뱅갈로르 지방을 포함해 전 세계 다섯 군데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센터에서 8000여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나델라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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