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시도 않은 여론조사에 비용 지급”…바른미래, 사기 혐의 고발 검토

김도형 기자입력 : 2019-05-16 16:52
여론조사기관 C사와 3차례 여론조사 실시키로 계약 2차 여론조사 실시 안 됐는데 2200만원 지급
바른미래당 싱크탱크 바른미래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지난 4·3재·보궐선거 당시 실시하지도 않은 여론조사에 비용 22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바른미래당은 해당 여론조사 기관과 관계자들을 수사기관에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여론조사를 실무 집행한 바른미래연구원 책임자급인 A씨는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비용 집행을 지시, 그 배경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정치자금법상 정당은 경상보조금 30%를 정책연구소에 의무적으로 배분하게 돼 있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싱크탱크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이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4일 2분기 경상보조금 24억 6342만원을 지급받았다.

◆경남 창원성산, 총 3차에 걸쳐 여론조사 합의…2차 미이행 알고도 비용 집행

‘아주경제’는 지난달 21일 작성된 ‘바른미래연구원이 의뢰한 C사 여론조사 실시에 대한 특별 예비조사 보고’를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는 오신환 당시 사무총장과 사무처 직원들이 연구원 책임자급 A씨와 회계담당 직원 B씨를 상대로 실시한 특별 예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2월 20일 여론조사기관 C사와 재보선 전까지 경남 창원성산에서 총 3차례(3월 3~4일, 16~17일, 30~31일)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전화면접여론조사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비용은 회당 2200만원으로 책정됐다.

문제는 연구원이 2차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았음에도 비용을 집행했다는 점이다. C사는 16~17일 예정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 19일엔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계약서가 작성됐는데, C사측 직원 D씨는 계약서 작성 당시 ‘2차 여론조사가 실시됐다’고 하며 여론조사 미이행을 연구원 측에 알리지 않았다.

B씨는 계약서 작성 다음 날인 20일 A씨의 지시로 2차 여론조사에 대한 비용을 집행했고, C사는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A씨는 조사에서 C사로부터 “2차를 실시하지 못했는데 왜 비용이 지급됐냐”는 전화를 받고 여론조사 미이행을 인지했지만 이를 홍경준 원장이나 연구원 내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다만 조사 후반부에 ‘이 날 몰랐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보고서는 C사가 미이행 여론조사에 대한 비용을 수령하고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를 ‘사기’라고 잠정 결론내렸다. 또 미이행 여론조사에 대해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를 ‘기망’이라고 보고 있다.

◆A사, 결과 제출 독촉에 ‘허위’ 결과 제출

연구원은 또 중앙당이 이런 의혹을 인지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요청한 4월 1일까지 C사 측에 요청하지 않았다. 연구원은 중앙당의 요청을 받은 1일에서야 C사 측에 결과를 내놓을 것을 재촉했는데, C사는 “선거 중간에 왜 달라고 하느냐, 필요하면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원의 재촉이 이어지자 C사는 “정 필요하다면 가공된 보고서를 보내주겠다”며 결과자료를 연구원 메일로 송부했다. 보고서는 해당 결과자료와 관련, “3~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포함, 16~17일 미실시된 허위조작 가공된 2차 여론조사 결과 포함, 30~31일 실시했다는 3차 여론조사 결과 불포함”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행위를 문서위조로 판단했다. “실시하지도 않은 여론조사를 허위조작 가공된 결과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C사가 제출한 2차 여론조사 자료는 3자 의뢰로 실시했던 ARS 여론조사 내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과 계약한 것은 1500샘플을 전화면접조사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었지만, ARS방식으로 520샘플을 조사한 것을 제출한 것이다.

보고서는 “정확·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여론조사 기관의 치명적 범죄행위”라며 “C사의 모든 결과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적시했다. 당 사무처는 아울러 이런 행위를 ‘여론조사 조작’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연구원 “행정상 착오일 뿐, 위법 행위 없어”

연구원 측은 이와 관련, “행정상 착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위법한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본지 통화에서 “당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해당 내용은 당무감사에 앞서서 진행된 예비조사”라고 설명했다.

연구원 측의 해명에 따르면 여론조사를 3차례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은 맞지만 2차 여론조사가 미이행된 것을 확인하고 미리 지급된 2차 여론조사에 대한 비용으로 3차 여론조사 비용을 치렀다는 것이다. 절차상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2회 진행된 여론조사에 대해 각 2200만원씩 총 4400만원만 집행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해명이다.

A씨는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질 것이고, 압수수색을 한다면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3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점, 1·2·3차 여론조사 계약이 따로 이뤄진 점 등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재보선이 지난 4월 8일 오전까지 상급자인 홍 원장과 당 지도부에 2차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은 점을 보고하지 않았다. 홍 원장은 당 지도부와 오 사무총장에게 총 3차례의 여론조사가 실시됐다고 보고했다. 이날 오후에서야 A씨의 실토로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한다.

C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가 지난 후에야 지도부에 보고됐다. A씨는 “C사가 선거 과정에서 전략과 기획을 담당했다”며 “보안을 이유로 선거 이후에 보고됐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5일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오신환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사의를 표했다. A씨는 이와 관련, “여론조사 의혹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C사와 당직자들 간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



 

[사진=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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