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우회대출 급증… 연체율 상승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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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입력 2019-05-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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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료 상승ㆍ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

  • 생계형 자영업자 폐업도 대출 증가 견인

  • 올해 제2금융권 연체율 2.14% 상승세

자영업자 대출이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임대업자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투기에 악용하면서 기형적으로 성장한 데 더해, 영업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대출도 늘어난 영향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 위기에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빚의 악순환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자칫 부도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00조 넘은 자영업자 대출...왜 오르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405조800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한 것은 임대사업자들이 받은 부동산대출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중반까지 부동산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임대사업자들이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자영업자 대출로 우회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년 새 3% 늘었으나 자영업자 대출은 10%나 증가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해 주담대 증가세가 주춤한 사이 자영업자 대출이 그 자리를 채운 셈이다.

이뿐 아니라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부채를 갚지 못하고 폐업한 영향도 자영업자 대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계형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돈을 빌리면서 빚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 폭탄 터지나…자영업자 대출 부실화 우려
자영업자 대출 규모와 함께 연체율 상승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의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0.75%로 지난해 3월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상호금융, 여전사, 저축은행, 보험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큰 폭 상승했다는 점이다. 2금융권 대출 연체율은 2016년 3월 말 2.59%에서 2017년 3월 1.94%, 2018년 3월 1.62%로 낮아졌으나 올해 3월 2.14%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이 받는 고금리 대출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만일 금리인상 등 시장환경 변화로 상환능력이 떨어져 자영업자들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자칫 연쇄부도를 맞을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 가산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부도 확률은 비자영업자보다 3~4배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자영업대출 연체율에 대해 "수준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연체율이 반등하긴 했지만, 아직 1%(1금융권 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에는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2금융권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건전성도 다소 악화하고 있다"며 "특히 생활밀착형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대출은 2금융권 비중도 높고 연체차주 비율도 높아 부실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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