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앞두고 中 동영상 사이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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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05-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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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정부의 선거 개입 우려가 배경

  • 아이치이·텐센트비디오 퇴출 결정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여론 조작을 우려해 중국 인터넷 사이트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최근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爱奇藝·iQiyi)를 불법영업을 이유로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텐센트 계열 동영상 서비스의 대만 진출도 막을 계획이다.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규제가 갑작스게  강화된 배경에는 내년 총통 선거 개입을 위해 중국이 대만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대만의 대(對) 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추추이정 대륙위원회 대변인은 “중국 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디어 기업이 대만의 문화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동영상에 정치적 메시지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앞서 3월 아이치이가 대만에서 불법영업을 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 북부인 신베이시 타이베이 항구에서 동시에 열린 진화(金華)훈련과 해안(海安) 10호 훈련 사열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아이치이는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百度)의 계열사다. 드라마와 예능, 뉴스 등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월 5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거대 미디어다. 지난해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치이 퇴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여성 회사원은 "한국과 일본 드라마를 좋아해 아이치이를 자주 이용했다”며 “최근 중국 궁중 드라마 ‘연희공략’을 보면서 중국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만은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 기업의 진출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아이치이도 2016년 대만에 진출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는데, 최근 대만 기업과 계약을 맺고 영업을 대행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만에서 영업을 해왔다. 이런 사실이 대만 당국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텐센트 산하 동영상 플랫폼인 텐센트비디오도 동일한 방법으로 대만 진출을 추진하다 당국의 감시망에 적발돼 진출이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중국 첨단기기 규제에도 나서고 있다. 비밀정보를 빼내거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기업의 제품을 공공기관 등에서 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대만 정부는 적용 대상기업을 망라한 블랙리스트를 이르면 7월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대만 독립을 지지하고 있는 차이잉원 정부는 내년 1월 차기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입김이 커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이미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거둔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후 차이 정부를 비하하는 가짜 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거 유포되면서 친중성향의 야당 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의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이미 대륙 내에서 인터넷을 엄격히 통제하고, 심지어 국민을 감시하며 여론을 유도하는 구조를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가 중국의 선거 개입을 더욱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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