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 사모펀드와 손잡은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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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9-04-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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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F가 매각하는데 3년…그동안 자금 여력 키울 시간 확보

  • "우량 매물 놓치면 안돼"…우선 주주로 참여 향후 인수 결정

우리금융그룹이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다.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때와 흡사한 구조다. 당장 리스크를 안기보다 양사 간 시너지 확대를 통해 경영을 안정권으로 올려놓은 뒤 향후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 60%를, 우리은행이 20%를 인수하는 구조다.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보유한다.

◆아주캐피탈 인수 그때와 지금은?

우리금융의 롯데카드 인수는 사모펀드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2017년 진행된 아주캐피탈 인수와 엇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우리금융은 당시 신생 PEF인 웰투시인베스트가 조성한 ‘웰투시 제3호 투자목적회사(SPC)’가 만든 2년 만기 펀드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SPC는 총 3100억원에 아주캐피탈 지분 74.03%를 인수했다. 우리은행이 참여한 펀드는 오는 7월 해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나머지 펀드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이를 행사하면 아주캐피탈은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다만 MBK는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별도의 펀드를 모집하지 않고 자사가 보유 중인 블라인드펀드를 이용할 예정이다. 통상 PEF가 회사를 인수한 뒤 매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년 정도다. 우리금융은 그 기간 동안 주력 비금융 회사들을 인수할 수 있고 떨어져 있는 자금 여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다만 이번 컨소시엄에서 우리은행은 MBK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BK와 우리은행 양자 간 합의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은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IB업계의 관측이다.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왜?

우리금융이 PEF와 손잡고 갑작스럽게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는 우량 매물을 쉽게 놓쳐선 안 된다는 내부의견이 반영됐다. 현재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주 출범 이후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우선순위는 증권과 자산운용사 매입이지, 현재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카드사 인수는 순위에서 멀리 밀려 있던 상태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가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매수 의향을 물었을 때 우리금융은 애초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하지만 금융회사 인수 경험이 풍부한 MBK가 매수 움직임을 보인 데다 앞으로 나올 카드사 매물이 없어 우리은행 측이 선투자 형식으로 지분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당장 1조원이 넘는 큰 돈을 쓰기보다 우선 롯데카드 주주로 참여해 적절한 시기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아 이를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 인수가 이뤄지기 전까지 주주사로 참여하면서 우리은행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고객구성부터 다르다. 우리카드는 금융 고객이 주류지만 롯데카드는 유통고객들이 대다수다. 금융과 유통이 결합된 다양한 상품 및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지주사 전환으로 낮아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추가로 낮아지는 걱정도 덜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인수가 후순위로 밀려나 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은 증권사 등 우선 갖춰야 할 조직들을 인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MBK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로 M&A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롯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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