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암호화폐 거래소는 '바다이야기' 도박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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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입력 2019-04-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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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

작년 말부터 국내 일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시작된 ‘가두리 펌핑’으로 거래소는 암호화폐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가두리 펌핑'은 거래소가 추가 입출금을 제한하고 한정된 참가자들끼리 도박을 하라는 이른바 사설 도박장 개설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마치 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하고 물고기를 키우듯, 입출금이 제한되고 한정된 참가자들만의 리그전을 열어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업계의 은어(隱語)다.
 
입출금이 막히면 해당 거래소 내에서 ‘세력’들이 시세와 무관하게 가격을 조작(펌핑)하여 이익을 취한다. 실제로 A거래소에서는 10원짜리 코인이 '가두리 펌핑'에서는 몇 백원에 달하는 모습도 흔하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누가 거래할까 싶지만 '누군가는 가격을 올릴 것이고 나는 그 틈에 수익을 낼 수 있고 나만 손해 보지 않으면 된다'는 투기적 심리가 가세한다. 마치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면 결국에는 돈을 잃지만 나만은 딸 수 있다는 행운을 바라는 심리로, 사설 카지노를 찾는 도박꾼의 심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가두리 펌핑'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국내 거래소가 이미 100개가 넘는다고 하며, 이들이 코인의 이동과 입출금을 막는 명분으로 서버 교체 또는 시스템 점검 등의 이유를 대지만 결국 도박판을 만들어주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금융 시장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시세 조종, 시장질서 교란 등의 행위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에 끌어들이지 못한 정부의 직무유기로 인해 설사 암호화폐 시세 조작 세력을 적발하더라도 암호화폐 관련 법이 없기에 처벌할 방법이 없다. 

국내 거래소에서만 하루 1조원이 넘는 규모(2019년 4월 27일 기준)로 국민의 재산이 거래되는 거래소는 엄연하게 금융산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투기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방치한 결과, 오히려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결국 보다 못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여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소를 영업하다 적발되면 최대 징역 5년형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제기했다.
 
2004년 ‘에이원비즈’라는 회사가 일본 게임을 본떠 ‘바다이야기’라는 도박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면서 전국에 무려 1만5000개가 넘는 도박장이 설립되었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상품권을 통한 도박판이 형성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고, 결국 검찰이 2006년 6개월간 조사를 거쳐 45명을 구속하고 108명을 불구속한 ‘바다이야기’는 노무현 정부 최대의 ‘흑역사’로 기록된다.
 
2017년 하반기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자 문제인 정부는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까 두려워 서둘러 ICO 금지와 암호화폐에 대한 강경한 거부 입장을 고수했으나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구나 암호화폐는 바다이야기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어느 한 나라에서 규제를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무엇보다 지금 이 시점은 법정화폐에 대한 근원적인 지위와 형태, 그리고 역할에 커다란 변화가 오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로 출범된 기축통화 70년 역사는 기술의 발달로 하루 생활권으로 작아진 지구 전체를 아우르며 손쉽게 교환하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화폐의 탄생이 불가피해졌기에 이제 더 이상 암호화폐의 등장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단순히 거래소 설립 신고만 강제할 게 아니라 당장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면, 일본과 같이 우선적으로 실제 국민의 자산이 거래되고 있는 거래소라도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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