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려동물 1000만 시대 대비한다...서울시-동물보호단체 '카라' 콜라보 교육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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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4-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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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에 지난해 개소한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 [사진 = 윤지은 기자]

"간식을 줄 땐 무릎을 굽혀 입에 정확히 넣어주세요. 몸을 숙이면 반려견이 뛰어오를 수 있거든요. 간식을 주는 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반려견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어요. 간식을 주지 않는 손은 등이나 가슴에 붙여 고정해주세요."

25일 찾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서울시 반려동물교육센터'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나란히 앉아 '반려동물 행동 교육'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함께 교육을 진행하는 서울시와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는 반려견들이 다른 개를 보고 짖거나 흥분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 참여자들 사이에 가림막을 세워두고 있었다.

서울시는 올바른 반려동물 돌봄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동물동반 교육이 가능한 반려동물교육센터를 설치하고 반려견 돌봄문화 시민학교, 반려동물 이상행동 교정교육 등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시민학교에 ‘반려묘’ 과정, 행동교육에는 ‘반려견 사회화·예절교육’이 추가로 개설됐다. 찾아가는 미취학아동 대상 동물교육도 기존 2000명에서 4000명까지 대상을 넓혔다. 이달부터 진행된 맞춤형 동물보호교육은 오는 11월까지 계속된다.

시는 지난해에 이어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와 협력하고 있다. 카라는 사람과 동물의 올바른 관계 정립, 동물의 권리 침해문제 해결, 생명존중 사회 구현 및 동물보호·복지 증진을 목표로 대국민 교육사업, 동물보호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우선 '반려동물 돌봄문화 시민학교'는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한 준비, 행동 언어의 이해, 건강관리 등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한다. 반려묘를 기르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올해부턴 반려묘 교육도 도입했다.

'반려동물 행동교육'은 반려견 사회화 방법을 세부적으로 교육한다. 이 중 반려견 ‘사회화·예절교육’은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행동교정 심화반’은 6개월령 이상 반려견을 기르는 시민이 참여 가능하며 각 기수별로 △반려견 기본 매너교육 △분리불안 행동교육 △과도한 반응 △신체접촉 두려움 완화 등 4가지 주제의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참여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교육을 진행 중인 이순영 카라 트레이너.[사진 = 윤지은 기자]

이날 진행된 교육은 '반려동물 행동문제교정 심화반'이었다. 이곳에서 반려견과 보호자로 이뤄진 4팀이 '반려견 기본 매너 교육'을 수강했다. 지난 4월 11일부터 매주 목요일 진행된 교육은 오는 5월 9일까지 이어진다.

이순영 카라 활동가 겸 반려견 트레이너는 구두로 교육 내용을 설명한 후, 동영상과 행동을 통해 교육 내용을 시연했다. 다음으로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교육 내용을 실습해보고, 어색한 부분은 소상진 트레이너가 교정을 맡았다.

이순영 트레이너는 강의 서두에서 "미션 1·2를 수행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고 반려인들에 물었다. '미션'은 일종의 숙제로, 교육 1회차가 끝나면 교육 대상자들에 주어진다. 교육 내용을 복습하자는 취지에서다. 교육 대상자들이 온라인 카페에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동영상을 게재하면, 카라가 댓글 피드백을 하는 식으로 '숙제검사'가 이뤄진다.

현장에서도 지난 시간 교육 복습이 이뤄진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어도 반복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순영 트레이너의 생각이다.

이날 현장에서 반려인과 반려견은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와 유사한 방식의 교육을 복습했다. 반려견이 행동했을 때, '곧장'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행동과 보상을 연결시켜, 반려견으로 하여금 좋은 행동이 보상을 낳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본 교육에서는 '방향전환'이 세심하게 다뤄졌다. 반려견이 걸어가다 상대방, 예를 들어 다른 반려견을 보고 짖거나 흥분하는 등 반응하기 전에 보호자가 반려견의 방향을 트는 기술이다. 방향전환 교육은 △반려견이 반려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면 곧장 간식 주기 △반려견이 반려인을 쳐다보면 즉시 간식 주기(본인의 구역 안에서 방향전환) △다른 반려견 등 상대방이 쳐다볼 때 방향전환 등 3단계로 이뤄졌다. 반려견과 반려인이 단숨에 수준급의 교육을 습득하긴 힘들기 때문에 단계를 나눴다는 게 카라 측의 설명이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반려견 '쿵이'의 반려인 A씨는 "쿵이가 평소 많이 짖어서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우연히 SNS(인스타그램)를 통해 본 교육을 접했는데, 무상교육이라는 점과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즉각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반려견 행동이 개선될 때까지 계속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 강의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평일 오후, 주말 위주로 운영된다. 정기강좌인 반려동물 시민학교, 행동교육은 동물단체 ‘카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미취학아동 동물교육'은 찾아가는 동물교육이다. 전문강사가 직접 유치원, 어린이집을 방문해 만5~6세 미취학아동들에 생명존중을 바탕으로 한 동물보호교육을 진행한다. 대상 아동은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4000명까지 확대됐다. 시는 서울시 홈페이지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받는다.

서울시반려동물교육센터는 지난해 4월 개장해 정기강좌, 특강을 실시했다. 지난해 기준 3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취학아동 동물교육은 지난 2016년부터 운영됐다. 매년 2000여명의 아동이 참여해 지금까지 총 6289명이 교육을 받았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반려동물 인구가 폭증하면서 교육 요청이 많아 반려묘 등 시민 의견을 반영한 과정을 신설했다. 지난해 동물보호 교육 만족도가 높아 반려인과 이웃간 동물 갈등 해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찾아가는 미취학아동 동물교육을 확대해 동물보호와 반려동물 돌봄문화를 기초부터 확산하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동물 공존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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