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침해’, ‘행복추구권 무시’...한강 공원 텐트 규제에 반발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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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신동근 인턴기자
입력 2019-04-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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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텐트 허용의 목적은 그늘 제공…원래 취지로 돌아가는 것”

  • 텐트 이용 시민들, “2면 개방은 긍정적, 7시 이후 텐트 금지는 부정적”

‘흩날리는 벚꽃 잎을 만끽하는 연인들’, ‘열대야를 피해 치맥(치킨+맥주)으로 재충전하는 직장인’

한강에서 텐트를 치고 쉬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겨울을 제외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서울 시민들은 한강을 찾아온다. 한강공원은 시민들의 힐링 공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이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서울시가 지난 22일 텐트 설치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규제 강화가 시작된 다음 날인 23일 오후 본지는 한강공원을 직접 방문해 취재했다. 여전히 많은 시민이 텐트를 이용했으나, 시행 초기 불만의 목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텐트 설치 규제...서울시 “원래 취지로 돌아가는 것”

서울시가 그늘막 텐트 설치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정석준 인턴기자]


서울시가 ‘한강공원 청소개선대책’을 발표하며 무분별한 텐트 설치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서울시는 그늘을 제공하는 원래 취지로 돌아간다고 취지를 밝혔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 이용인구는 2008년 기준 4000만명에서 2017년 기준 7500만명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이용객은 무분별한 텐트 설치로 인한 쓰레기 처리 문제와 텐트 안에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민원을 낳았다.

이에 시는 지난 22일부터 한강에서 텐트 2면 이상을 개방하지 않거나 오후 7시 이후 텐트를 철거하지 않으면 하천법령에 따라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반복 적발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또한, 텐트 허용 구역도 제한되었다. 이전엔 그늘막 텐트 설치 허용구간이 한강공원 내 산재해 있어 대부분 공간에서 텐트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11개 공원 총 13개 장소(여의도 2개소·반포 2개소)로 줄이고 텐트 크기도 가로·세로 각 2m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김인숙 한강사업본부 운영부 공원부장은 “예전에는 한강에 나무가 별로 없고 그늘이 없어서 그늘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텐트를 허용해왔다”며 “현재 규제는 그늘을 제공하는 원래 취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한강공원은 원래 공적 공간이며 사생활침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부적절한 행위는 청소년에게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행 첫날, 다양한 시민반응 나타나...텐트 대여 업체 “행복추구권 무시”

시민들이 한강 공원에서 텐트를 설치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진=정석준 인턴기자]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 텐트 대여업체를 운영 중인 김 씨(40)는 “문제가 되는 청소년이 대여하는 비율은 5% 정도뿐, 일부분 때문에 여유를 즐기는 성인들이 피해를 많이 본다”며 “행복추구권을 누릴 시민들이 무시당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직장 동료와 바람을 쐬러 왔다는 조 씨(21)도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자유침해라고 한다. 사생활을 지키며 놀고 싶으면 집에서 편하게 있으면 된다”며 2면 개방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으나, 이어 “직장인이 회사 끝나고 오면 7시가 넘는 경우가 많을 텐데 7시까지로 제한하는 것은 불편할 것 같다”며 7시 이후 텐트 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텐트를 치고 친구들과 치맥을 하고 있던 허수진(22·여) 씨 는 “애정행각을 과하게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한강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서 텐트 2면 개방을 한다고 해서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7시 이후에 텐트를 금지하는 방안은 중간에 좋았다가 텐트를 철거하고 파해야 하기 때문에 반발심이 들 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단속반 237명을 투입해 하루 8회 이상 공원을 돌며 안내·계도할 방침이다. 김 공원부장에 따르면 안내·계도는 이달 중 종료되고 다음 달부터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시 단속반은 “텐트를 개방했는지, 설치 시간을 지키고 있는지를 보고 있다”며 “홍보하고 계도하면 규정을 대부분 지켜준다. 의식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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