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물러난 동원그룹, 2세 승계 위해 ‘무늬만 전문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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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04-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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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너家 회사지분 이용 지배력 행사 가능"

  • 교촌에프엔비 2세, 경영 참여 안해 눈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왼쪽)과 그의 차남 김남정 부회장. [사진=동원그룹 제공]



​식품업계가 ‘오너 2세 승계’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창업주는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지만, 오너일가가 경영진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 ‘무늬만 전문경영체제’란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 등 국내 주요 식품그룹은 오너 1세대 창업주가 물러났지만, 2세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2세 승계를 둘러싼 세간의 비난을 무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동원그룹이다. 앞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동원그룹은 큰 변화 없이 전문경영진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지만, 김재철 회장의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남정 부회장은 그룹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제조 등 비금융 계열사를 맡고 있다. 그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로, 지분 67.98%를 보유하고 있다. 김재철 회장이 가진 지분과 더하면 이들 부자는 총 92.4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동원그룹은 2003년 동원금융지주를 계열 분리하면서 이미 승계 구도를 다졌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옛 동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금융부문을 맡고 있다.

풀무원도 창업주인 남승우 전(前) 총괄 대표가 2017년 말 ‘33년 오너 경영’을 마무리하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다. 2세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사원 1호 이효율 신임총괄사장에게 회사를 맡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남승우 전 총괄 대표는 여전히 풀무원 최대주주로, 이사회 의장 역할은 계속한다. 필요한 경우, 경영에 대한 자문 역할도 하기로 했다. 

남 전 총괄 대표의 아들인 남성윤씨도 풀무원 미국법인에서 마케팅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남 팀장은 풀무원 지분은 없지만, 계열사인 올가홀푸드의 지분 94.95%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두 기업과 달리 전문경영체제에 가까운 사례는 교촌에프앤비(f&b)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지난달 본사에서 열린 창립 28주년 기념식에서 경영 퇴임을 공식 선언했다. 창업주로서 권 회장이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만, 2세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거나 지분이 없는 상태다. 교촌 신임 회장에는 전문 경영인인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이 취임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총수가 물러났다고 해서 독자적인 전문경영은 아니다. 총수일가가 회사 지분을 갖고 주주총회 등을 통해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전문경영인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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