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품위 없는 도박" 美이란정책 비판도(종합)

문은주 기자입력 : 2019-04-23 18:38
22일 국제유가 하루 만에 3% 급등...브렌트유 74달러대 美 이란산 원유 수출 차단...이란, '호르무즈 폐쇄' 맞대응
22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3%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섰다. 배럴당 42.53달러로 마감한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대비 54% 급등한 것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11월 이후 처음으로 74달러대를 돌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출량을 '제로(0)'화 하겠다며 최후 통첩을 내리면서다.

◆국제유가 '깜깜'...흔들리는 국제사회 분열 양상

취임 이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타결 내용을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비사항을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급기야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같은 해 8월과 11월 두 단계에 걸쳐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 등 제재를 발동했다. 그 대신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8개국(한국·일본·중국·인도·대만·터키·그리스·이탈리아)은 180일간 제재 예외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오일쇼크'를 우려해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제재 예외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6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이란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이란과의 핵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셰일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원유 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도 제재를 받지 않았던 8개국도 180일째가 되는 5월 1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5월 2일부터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경우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은 하루 평균 38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생산하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원유 수출량 점유율은 세계 수요의 약 2% 수준을 차지한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제로(0)가 되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란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즈무즈 해협의 사용이 금지되면 해협을 폐쇄할 것"이라며 "어떤 위협이 있더라도 이란 해역을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 조직이자, 이란의 경제와 정치 시스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페르시아 만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주요 운송로 중 하나다. 이란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출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과 터키 등 국제사회도 비판하고 있다. 일방적인 제재는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터키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며이란 국민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제재 조치를 거부했다. 터키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 2017년 40%에 달했지만 미국의 제재 우려에 현재 5%까지 감소한 상태다. 반면 이란과 적대 관계를 보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적대 행위에 대한 올바른 방법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연합뉴스]


◆유가 타격에 "품위 없는 도박" 비판 쇄도 

트럼프 행정부가 JCPOA 탈퇴 1주년을 맞는 5월께 추가적인 이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일찌감치 알려졌다. 이란 제재가 예상 가능했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유가가 이미 시장 예상치를 뛰어 넘은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앞서 지난 9일 공개한 보고서에 "지난 3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66달러로, 올해 1분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63달러였다"며 "2019년과 2020년 평균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배럴당 65달러, 62달러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의 적극적인 원유 감산 의지도 유가 상승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OPEC+는 오는 6월 말까지 하루 평균 산유량을 120만 배럴 줄이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한 상태다. 3월 한 달간 11개 OPEC 회원국의 감산 달성률은 135%로, 1월(86%)과 2월(101%) 달성률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이란산 원유의 공급 감소 문제를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원유시장에는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팩츠글로벌에너지의 이만 나세리 중동 담당 전무는 "시장이 압력을 받으면서 유가가 확실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의 이란 정책이 주식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에 대해 '품위 없는 원유 도박'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이유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겨냥한 제재에 이은 추가 제재가 세계 원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수록 (트럼프의) 2020년 재선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OPEC+의 감산 노력과 셰일 원유 공급 등에 따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분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2.50달러를 기록했다가 2020년에는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할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