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돼지열병 확산..."'단백질 파동' 온다"

곽예지 기자입력 : 2019-04-22 00:00
中 전지역 확산에 돼지고기 가격 폭등..."2020년엔 78% 오를 것" 中정보통제·은폐에 '빙산의 일각' 지적...北 전염 가능성 우려도
"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세계적인 '단백질 파동'을 몰고 올 수 있다."

국내 축산가공업계의 한 관계자가 아시아지역을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아지역에서 발병한 돼지열병은 과거 유럽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올 하반기에는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할 것이고, 다른 육류로 파장이 미치면 2022년쯤에는 ‘단백질 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ASF)은 치사율이 100%에 달하지만 예방백신조차 없는 동물 전염병이다. 1900년대 초 아프리카에서 처음 확인돼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흔한 병이었지만 1950년대 말 포르투갈, 1970년대 초 쿠바를 통해 각각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됐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대신 유럽이 주요 발병지로 부상했다. 동유럽에 집중됐던 것이 얼마 전 서유럽 중심지인 벨기에까지 도달해 유럽연합(EU) 관계당국이 바짝 긴장해 있다. 미국은 발병 사례가 없지만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ASF는 지난해 8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발병한 후 현재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까지 퍼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감염국과 인접한 태국과 필리핀, 북한도 곧 사정권에 들거나 이미 감염됐는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亞 돼지 사육 비중 높아 큰 타격"
'세계 가축가금류 시장과 무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전 세계 사육 돼지 수는 7억6900만 마리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억3300만 마리를 중국이 키운다. 베트남은 약 3000만 마리로 미국 7300만 마리의 절반에 가깝다.

앞서 언급한 축산가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돼지 사육 비중이 높기 때문에 ASF 확산 속도가 더 빠르다"며 "세계 돼지고기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이미 급등세를 타 매점매석 조짐이 일고 있을 정도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7.6% 상승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지난 2월 ㎏당 18.5위안(약 3100원)이던 중국 내 돼지고기 값이 2020년에는 78% 뛴 33위안으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그래픽=아주경제]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현재 국제가격보다 약 11% 높은 수준인데, 돼지열병 사태가 이어지면 국제가격도 뛸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돈육 선물가격은 지난 3월 이후에만 70% 넘게 뛰었다.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은 수입물량을 대거 늘렸다. 올해 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어난 20만7000t의 돼지고기를 수입했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는 ASF가 이미 중국 전역으로 퍼져 약 1억5000만~2억 마리의 돼지가 폐사하거나 살처분 될 수 있다며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 세계 돼지를 모두 동원해도 중국의 부족분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 정보통제…일부 지역선 발병 사실 숨겨
중국발 ASF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드러난 게 빙산의 일각일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ASF 사태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정보 통제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과 체제가 비슷한 베트남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해 8월 ASF 발병 이후 취한 조치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바이러스는 6개월 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중국 정부의 대응이 그마저도 제한된 현지 언론 보도와 달리 매우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아주경제]


중국 지방정부들이 발병 사실을 숨긴다는 얘기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ASF 발병이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해당 농장 3km 이내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고 농장주에게 마리당 1200위안(약 20만원)의 지원금을 줘야 한다. 하지만 중국 축산업계 관계자들은 예산이 모자란 일부 지방정부가 지원 부담을 피하기 위해 발병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중국이 알게 모르게 ASF 감염 돼지로 가공품을 만들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 당국이 최근 공항·항만 검역을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뉴욕에서 중국산 돼지고기 가공품 약 100만 파운드(454t)를 압수했다. 미국 농업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이 압수물량의 ASF 감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국산 만두와 순대 등에서 총 14건의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北 전염 가능성 높아…韓 다각적 대안 필요
육류 가공품은 사람이 먹는 음식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돼지농장에서는 돼지에게 남은 음식물(잔반)을 먹이로 사용하는 일이 흔해 문제가 될 수 있다. 축산가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아 육류 가공품을 통한 감염이 확률이 가장 높은 바이러스 유입 경로”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감염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국내 축산업계에서는 북한이 이미 ASF에 감염됐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북한은 2014년 1월 구제역 발생 통보 이후 국제사회에 해외악성전염병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ASF가 발병하면 야생 멧돼지를 매개체로 바이러스가 국내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축산가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청정지역’인 한국도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며 “ASF가 한국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다각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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