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미니칼럼-短] 노트르담-세월호-둥근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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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4-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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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프랑스의 4·16 , 상실의 고통과 극복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휩싸여 첨탑이 처참하게 쓰러지는 동영상, 16일 출근 길 버스 안에서 보고 또 봤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원작 빅토르 위고)가 겹쳐졌다. 춤추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토의 비극적인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죽은 에스메랄다를 품에 안고 울부짖으며 부르는 콰지모도의 노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의 절절한 선율이 귓가에 맴돌았다.
 

16일 오전 7시 서울 광화문광장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 출입문에 국화꽃 한 다발이 놓여 있다. [이승재]

버스를 내려 광화문, 신호등을 두 번 건너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을 찾았다. 광화문 세월호 천막농성장이 철거된 이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공간, '기억과 빛'은 광화문광장 한쪽 구석 소박한 단층 목재 건물이다.

12일 개관 이후 나흘, 오전 7시쯤 문 닫힌 출입문 앞에 국화꽃 한 다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 서너 명, 오가는 시민들은 오늘이 세월호 참사 5주기라는 걸 아는 듯 모르는 듯 무표정한 얼굴들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연극 ‘장기자랑’으로 이어진다. 두 공연 모두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연극 ‘장기자랑’은 2014년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도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았다. 장기자랑은 ‘그와 그녀의 옷장(2016)’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2017)’에 이은 극단 ‘노란리본’의 세 번 째 작품이다. 이 극단 소속 배우는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어머니, 00엄마들이 단원이다. 콰지모도는 펑펑 울며, 죽은 에스메랄다의 얼굴을 매만지고 끝내 시신 위에 쓰러지고 만다. 허나 바다에 아이들을 묻은 엄마들은 그러지 못한다.
 

2019년 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  [이승재]

세월호 기억공간 뒤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은 계절 따라 바뀐다. 올 봄의 글은 이렇다.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中-정현종)

세월호는 쓰러졌지만 남은 이들, 우리 모두는 둥근 공이길 바란다. 그렇게 살고 싶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 규명, 합당한 처벌 그리고 나서의 화해와 용서가 있어야 우리 모두 둥글게 둥글게 살 수 있다. 역사의 빚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빛이다.
 

서울 광화문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의 문패 '기억과 빛' [이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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