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부족한 박삼구 회장 … 산은 마음 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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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4-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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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 자금지원 금융적 계산으론 어려워···정치 논리가 개입될 수도

[사진=아시아나항공]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주사격인 금호고속의 지분을 담보로 자구안을 내놨다. 그룹의 핵심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결단으로 보이지만 실상 진정성 있는 담보물이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공을 넘겨받게 된 산업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정작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을 지원해도 크게 얻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경영이 더 악화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될 경우 5000억원의 지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아울러 진정성 있는 담보 141억원 수준으로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는게 금융논리에 맞지 않다. 다만 '항공 물류 산업의 중요성' 등 정치적 논리에 따라 지원하게 될 수는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자구계획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산은이 밝힌 자구안에는 ▲대주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을 전략 담보로 제공 ▲산업은행과 경영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3년 후 경영개선 목표에 미달할 경우 산은의 아시아나항공 M&A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매각과 비수익 노선 정리, 인력 생산성 제고 등도 포함됐다.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자구계획을 전달받은 산업은행은 현재 채권단과 자구계획을 받아들일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다. 금호고속이 금호산업을 지배하고, 금호산업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금호아시아나를 지배하는 구조다. 금호고속을 잃을 경우 박 전 회장 일가는 그룹 전체를 잃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그룹 전체를 내놓는 결단으로 보이지만 실상 살펴보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박 전 회장 일가가 내놓은 금호고속 지분의 42.7%(박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보유 지분)는 이미 다른 채무에 담보로 잡혀있는 지분이다. 이 채무가 해결되면 담보를 내놓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담보 돌려막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박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13만3900주)가 진정성 있는 담보로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송 지분을 추가 취득할 때 주당 가격 10만5513원으로 담보의 가치를 평가하면 141억2819만원에 불과하다. 5000억원 자금 지원의 담보로는 부족함이 없지 않다.

5000억원의 자금 지원 이후 경영개선이 실패하면 산은이 얻는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M&A 권한을 쥐게 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에 미달하는 수준이라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가치는 32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경영개선 실패를 감안하면 시가총액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5000억원의 지원금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이 금융 논리를 앞세운다면 신규 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자구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다만 정치적 논리가 추가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대형 항공사 한 곳을 그대로 사장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을 수 있다. 항공산업의 지형도나 아시아나항공의 근로자의 고용 문제 등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다.

다만 정부에서도 금호 측의 자구안을 못마땅하게 보는 눈치가 강하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지만 아들인 박 사장이 경영권을 쥐게 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고려할 요소가 많을 것"이라며 "순수하게 금융적 계산보다는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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