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중국과 EU...미국 맞서 '윈윈'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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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4-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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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중국, 21차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발표

  • WTO 개혁·다자주의 합의 등 호혜적 협력담겨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리커창 중국 총리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중국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의 정례회담은 이번이 21번째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임박한 데다 미국을 둘러싼 무역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경한 태도로 '얻을 것' 얻은 EU..."중국도 성과"

이번 공동성명에서 EU와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관련 협력 △세계 무역 문제 해결 △과도한 산업 보조금 단속 규칙 마련 등에 합의했다. EU가 중국과 WTO 개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내용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EU가 각각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동성명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이미 수년 동안 미중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 EU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보복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맞서면서 무역 마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EU의 경제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인 독일은 2018년에만 중국과의 총교역량이 6.1% 성장했다. 중국의 '큰 손'이 비교적 닿지 않았던 국가에서도 중국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에 따르면 아일랜드 관광청은 전국적인 워크숍을 열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2014년 4만4000명 수준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2025년에는 17만5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홍콩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공동성명에는 시장개방 확대, 기술이전 강요 금지, WTO 개혁 협력, 산업보조금 논의 등 그동안 EU가 원했던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며 "무역 전쟁을 불사하면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낸 '미국식' 협상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EC)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방문 직전인 지난달 12일 중국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EU의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자'로 규정,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다만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에 협력하기로 한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EU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고 해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5G 등 민감한 문제 남아 있어...'차이나 딜레마'도 숙제

차세대 통신 규격인 5세대(5G) 네트워크 정비와 사이버 보안 대응에 대한 제휴 등의 논의도 이뤄졌지만 이번 공동성명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업체다. 유럽 내에서도 5G 네트워크 구축에 중국 제품을 사용할 경우 기밀 유출 등 안보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호 시장 개방과 공정한 경쟁 부문이 EU가 요구하는 수준을 만족시킬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는 지난 2013년부터 유럽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 장벽을 낮추기 위해 양자 간 투자 협상에 집중해왔지만 지난 5년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 

EU 내에서 불거지는 '차이나 딜레마'도 해소해야 할 문제다. EU는 1993년 창설된 이후 회원국 개별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는 대신 EU 공동체의 규범과 법칙으로 운영돼왔다. 무역과 외교 관계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프랑스 등 EU 선도 국가들이 대(對)중 정책을 EU 차원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이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이탈리아는 지난달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 당시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주요 7개국(G7) 중에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유럽에 반(反)난민 문제 등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운 극우 우파 정당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에 대한 지지도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U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유럽의회 선거가 오는 5월 23~26일 예정돼 있는 가운데 유럽에 스며들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집중하는 개별 국가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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