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⑬] '빛좋은 개살구' 국내 프로 선수들의 열약한 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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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
입력 2019-04-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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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 닫는 업체가 늘어나고, 임금 인상을 감당 못해 가족 경영으로 일자리가 줄고, 주휴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편의점 점주들의 편법 알바 기용 등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년 실업가들과의 만남에서 “일부 근로자들의 임금이 늘긴 했지만, 문제점은 많아 보인다”고 실토를 했으나 관련 정책을 수정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29.15%나 급격히 뛰었다. 만약 2년전 대선때 공약처럼 내년에 1만원으로 인상이 확정되면 3년새 42.3%가 급등하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허리는 더욱 휘청거리게 된다.

프로 스포츠는 어떨까? 몸값이 비싼 선수들이야 연봉 10억원이 훌쩍 넘지만 프로 배구(남 4000만원, 여 3000만원) 프로 농구(남 3500만, 여 3000만) 프로 야구(2700만) 프로 축구(2,400만) 선수들의 최저 연봉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적은 편이다.

근로자 최저 임금을 연봉으로 따지면 2,094만원(주휴수당 제외)인데 4대 프로 스포츠 선수의 최저연봉 절반을 모두 넘어서며 프로 축구 선수와는 큰 차이가 없다. 프로 선수는 거의 해마다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미래가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배트, 글러브 등 장비 구입 비용이 많은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장비 구입과 재활 비용까지 개인이 부담하므로 실질적으론 근로자 최저임금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적다고 볼 수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최저 연봉선수와 최고 연봉 선수(롯데 이대호, 25억원)의 차이는 무려 92배나 난다.

프로선수는 재계약이 안돼 유니폼을 벗으면 바로 실직자가 되므로, 일반 근로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건 문제가 있다. 프로선수들의 연봉이 낮은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선수 노조가 없는 탓이다.

선수들이 최저 연봉이 적다고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데, 어떤 구단이 인심을 팍팍 쓸까. 프로 스포츠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는 선수 노조격인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있긴 하지만, 집행부 활동이 미미해 최저 연봉 2,700만원이 5년째 동결돼 있다.

연봉 2,700만원은 월 225만원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해도 적은 편이다. 더구나 팬 관심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프로야구가 프로 배구를 훨씬 앞서지만 최저 연봉에서는 프로배구의 67.5%에 불과하니 비현실적이긴 하다.

그런데, 최근 프로야구선수협 회장으로 이대호 선수가 선출돼 최저연봉 인상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선수들은 일단 3,200만원으로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실현이 되더라도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에는 못 미치니 프로야구 선수들의 열약한 처우는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즌 후인 11~1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많다. 순위싸움이 치열한 시즌중에는 선수들의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 55만 5000달러(약 6억 3천만원)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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