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을 보건대 이렇게 자살자가 많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및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로부터 자살예방 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 받은 뒤 발언한 내용이다. OECD 국가들 중 최고 높은 자살률 문제를 이 대통령이 언급해 필자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아주 오랜만에 현직 대통령이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두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식민지 국가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성공한 나라이자 동시에 위기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산업화·민주화·정보화로 도약한 나라지만, 또 세계 최고의 초저출산, 최고의 자살률, 지방소멸, 남북관계 악화, 양극화에 의한 경제성장 하락 등으로 경고등이 켜져 있다. 지난 30년 동안 수백조원 예산을 쏟아 붓고도 초저출산 문제는 개선되지 못했다. 지방소멸 역시 악화되어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최고 자살률 문제와 ‘5극 3특’으로 불리는 국가균형발전 및 인구소멸의 문제를 푼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사법 리스크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 ‘공·통·현 방법론’, 즉 공시적·통시적·현상학적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트렌드와 우리 역사적인 변화, 그리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해서다. 통시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배경과 이유를 분석했고, 공시적으로 선진국 사례인 독일·스위스의 자살 극복 성공 사례들을 조사했다. 이 같은 분석 위에 ‘지금, 여기’ 우리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현상학적 방법을 통찰력으로 짚어봤다.
2024 ~ 2025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 청년층(15~29세) 자살률이 약 24.1 ~ 25.2명(인구 10만 명당)으로 가장 높고, 약 2배 적은 독일이 약 10.3 ~ 12.1명, 스위스가 약 9.9 ~ 11.5명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청년자살률 최하위인 스위스·독일은 자살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보이는가?
산림 최강국답게 스위스·독일은 청년층 정신건강 위기와 자살률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숲치유·숲복지를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숲치유는 자살의 주요 원인인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과학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숲이 제공하는 5가지 때문이다. 침엽수가 내뿜는 피톤치드로 중추신경계가 안정되어 불안감을 해소하고, 숲에서 빛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합성을 촉진해 우울증을 완화하고, 하늘거리는 녹색 경관은 뇌파인 알파파의 활성화로 긍정적 사고를 유도하고, 숲길 걷기는 전두엽 기능을 활성화해 충동 억제력을 향상시키고, 그리고 숲의 새소리, 바람소리 등은 영성을 높여 자살할 마음을 없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행복국가이자 개인소득 11만 달러를 넘어선 스위스는 ‘숲4청년’(Forest4Youth)’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아름다운 숲의 경관과 자원을 활용해 청년들의 심리적 회복력을 높이는 것으로 정신 질환을 겪는 청년들에게 숲을 ‘천연회복실’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숲을 통한 예방치료가 임상치료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은 “숲치유에 참여한 청년들의 불안 증세가 30% 이상 감소했고, 집중력 향상과 정서적 유대감이 강화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디지털기술인 가상현실(VR)과 실제 숲 체험을 결합한 프로토콜을 개발해 외부 활동을 꺼리는 고립 청년들이 숲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성공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신세대 청년에 익숙한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세계 GDP 3위이자 유럽경제 최강국 독일은 숲치유를 ‘산림의학’이라는 학문 영역으로 정립했다. 자연 기반을 활용해 청년 자살 예방을 국가 전략에 포함시켰다. 특히 ‘그린 프레스크립션’ 제도를 도입해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 처방 대신 ‘숲치유’ 처방 제도를 시행해 의료보험제도에 편입시켰다. 독일 사회법전(제5권 20조)에 따라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법’에 숲치료가 포함되어 있다.
독일에서 2025년 치유산업 매출액이 29조원으로 5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전문의사가 상주하는 치유숲 센터가 전국에 350개 있고 연간 방문객이 1100만명을 넘어설 정도다. 필자가 방문한 치유도시 바트 키싱엔은 1년에 약 160만명이 방문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독일은 또 2025년 ‘국가 자살예방법’을 제정해 청년들이 정기적으로 숲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녹색 처방’ 시스템을 강화했다. 독일 뮌헨대는 “숲에서 숲목욕, 맨발 걷기, 힐링 등을 통해 우울증 환자의 우울 척도(SDS)가 20% 이상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숲치유에 참여하면 자살률이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유럽 전문가들은 숲치유가 청년 자살률을 낮추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3가지, 즉 산림치유의 생태적·심리적 효과로 스트레스 차단, 사회적 연결감 회복, 반추 억제 등을 꼽았다. 소나무·전나무 침엽수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억제해 청년들의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낮춰 충동적인 자살 시도를 예방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숲치유 프로그램은 그룹 활동을 강조해 자살의 주요 원인인 ‘사회적 소외감’을 숲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해소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살 생각은 같은 부정적 생각을 반복하는 ‘반추’(Rumination)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숲의 ‘다양한 시각적 패턴’(Fractals)과 자연의 소리는 뇌의 전두엽을 휴식케 해 부정적인 사고의 고리를 끊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증명되었다.
한국 산림청(박은식 청장)과 학계에서도 숲치유 프로그램이 우울증 환자와 자살 위험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조사해 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우울증 환자가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우울 상태를 나타내는 지수가 프로그램 전 대비 약 30~4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자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숲치유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의 ‘자살 생각’ 척도가 평균 25%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도 도출되었다. 숲에서 단체 활동이 고립감을 해소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자살 예방 상담 인력을 현재 103명 수준에서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스위스·독일처럼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청년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먼저 대통령 직속 ‘청년자살방지위원회’ 특위를 구성해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산림청과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숲치유·숲복지를 국가 재정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산림청이 영주 국립산림치유원 등 11개 치유원을 운영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아가 독일처럼 숲치유를 의료보험제도에 적용하는 것이다. 숲이 많은 경상북도와 강원도에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의료 관광과 연계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해외 석학들은 한국의 발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희망이 있다고 지적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교수 하버드대 교수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의 인구 급감이 경제 활력 저하와 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시 무한경쟁의 지친 삶에 영성을 불어넣는 방식인 새로운 산림인식과 활용이 중요하다.
독일 발로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와 산림녹화’를, 이건희 회장은 숲통찰을 통해 위대한 ‘일석오조’의 ‘신경영’ 역사를 썼다. 이 대통령은 숲치유·복지를 통해 자살률을 확 줄이고 인구문제를 해결한다면 역사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숲으로 부강한 ‘신산림국부론’을 강조하고자 한다.
김택환
숲칼럼니스트·국가비전전략가·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으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넥스트 포레스트- 신산림국부론>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400회 이상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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