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의 공포' 물러갔나…미·중 경제지표 회복에 증시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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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9-04-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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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지수 반등세…'안전자산' 국채 가격 하락 수익률 역전 정상화 국면

  • JP모건 등 1분기 美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유럽 경기둔화 여전히 우려"

지난달 시장을 뒤덮었던 'R의 공포'는 끝난 것일까? 경기침체(Recession)가 임박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으로 몰려갔던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왔다. 

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1.27%, 1.16%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1.29% 올랐다. 2일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동반 상승했다. 반면 미국 채권 가격은 하락해 수익률(금리)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치솟던 금값도 약세를 보였다. 투자 수요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미국·중국 제조업 지표호조···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 ↑

미국과 중국 제조업 지표가 예상 외의 호조를 보인 것이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줄였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3으로 전달의 54.2에 비해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였던 54.4를 웃도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경기의 확장세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PMI는 기준인 50을 넘으면 경기확장, 못 넘으면 경기위축을 뜻한다.

같은 날 먼저 발표된 중국의 3월 차이신 제조업 PMI도 50.8을 기록하면서 넉달 만에 50을 웃돌았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기판단 지수인 차이신 PMI는 지난해 12월 49.7에 그친 후 석달째 기준선 50을 넘지 못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공개한 3월 공식 제조업 PMI도 50.5로 4개월 만에 확장세를 보였다. 제조업지표의 잇따른 반등에 중국의 부양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다. 

최근 재개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 랠리에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주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 협상의 가장 큰 난제였던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중국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2일 9차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에 시장 과민반응"··· JP모건 등 美성장률 전망 상향조정

경제지표 호조가 확인되면서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지난달 15개월 만에 최저치인 2.374%까지 떨어졌다. 이 결과 3개월 국채 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그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연내 금리동결을 발표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정상화를 중단하면서 되레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연말부터 이어진 지지부진한 경제지표도 안전자산의 가격을 높였다. 

금융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를 알리는 불길한 징조로 통한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제히 '징조'의 해석에 나섰다. 경기침체 임박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졌고 증시 변동성도 커졌다. 그러나 금리 역전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진단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역전은 이전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으며, 역전이 곧 침체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일 3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08% 포인트 오른 2.496%를 기록했다. 

3개월물 금리는 3.385%를 기록했다. 지난달 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던 금리 역전이 제자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차가 2주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넷웨스트마케츠는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함께 견고한 경제지표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며 국채 수요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성장률이 예전에 예상했던 것만큼 암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연율 기준, 전분기 대비)를 기존 1.5%에서 2%로 상향 조정했다고 CNBC는 전했다. 

방송은 "1%에 미치지 못하던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이 1~2% 사이로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이날 CNBC·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래피드 GDP 업데이트'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5%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 0.2%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2분기 성장률은 2.7%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매판매의 증가와 예상보다 빠른 건설지출의 증가, 기업 재고 등을 고려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1.2%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실시간 변화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 전망치도 2.1%까지 올라왔다. 지난주에는 1.7%였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증시 현황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트레이더들.  [사진=AP·연합뉴스 ]

금융 자문회사인 퍼스널캐피털의 크레이그 버크 수석 투자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글로벌 경제가 느린 속도지만 꾸준히 성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제조업 지표는 약세를 보였지만 아직 빨간불이 들어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대국들의 경제지표가 회복되기는 했지만, 향후 경제 향방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특히 유럽의 선명한 경기둔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의 제조업 PMI는 지난달 44.7을 기록해 기준치인 50을 크게 밑돌며 6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7년 63.3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줄곧 이어진 결과다.

WSJ는 "경제학자들은 이제 연준의 금리동결과 중국의 부양정책 등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는지, 아니면 더 깊은 글로벌 침체가 일어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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