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호한 속비닐 사용기준…대형마트 실랑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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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4-0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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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어 등 생선류 가능…흐를 수 있는 주스류는 불가

  • 반납 안하면 20원 내야…대부분 소비자는 긍정 반응

“죄송한데요. 일회용 봉지 쓰시면 안돼요. 한 장당 20원씩 부과되거든요. 그냥 뺄게요. 고객님.”

주요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상점가(쇼핑몰),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된 1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한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직원과 한 고객이 실랑이를 벌였다.

70대 김영자(가명‧여)씨는 치약과 주스류, 생선류를 계산한 후 각각 ‘속비닐(비닐롤백)’에 담아가려 했다. 그러나 매장 직원이 수산물인 연어는 속비닐이 허용되지만 나머지 속비닐은 반납하거나 20원을 내야 한다고 하자 화가 난 것이다.

직원은 새로 시행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라 생선‧정육‧채소 등도 이미 트레이 등에 포장된 제품을 담는 것은 금지되지만 연어는 액체가 흘러내릴 수 있는 제품(어패류, 두부, 정육 등)이라 속비닐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스(POS) 단말기 화면에 찍힌 ‘꽃봉투(속비닐) 20원’도 함께 보여줬다.
 

1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한 대형마트 식품코너에 환경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안내판이 배치돼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이에​ 김씨는 생선류를 제외한 속비닐을 모두 반납했다. 연어가 담긴 속비닐에 치약과 주스류를 한꺼번에 넣고 매장을 나섰다. 당황한 김씨는 “투명비닐(속비닐)까지 사용하면 안 되는 줄 몰랐다”면서 “주스류도 흐를 수 있는데, 연어만 된다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짜증을 냈다. 이처럼 ‘속비닐’ 사용 불가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1월 1일부터 계도기간을 거친 만큼 대부분의 소비자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마트 곳곳에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에코백’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속비닐이 비치된 곳에는 ‘비닐롤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주세요’라는 환경부 지침 안내판이 배치돼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재사용 종량제 봉투(20L‧490원)를 사용하거나, 개인이 소지한 장바구니를 이용했다. 

에코백을 들고 장을 보는 70대 임모씨에게 평소에도 장을 볼 때 들고 다니냐고 묻자 “계속 다니던 마트인데, 연초에 일회용 비닐봉지를 금지한다는 것을 들어서 그때부터 들고 다녔다”면서 정책 시행 방향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에코백에 못 담아 초과된 물건은 “서울시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계산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재사용 종량제 봉투에 담았다.
 

일회용 비닐봉지(속비닐) 사용 금지로 속비닐 사용 지적을 당한 소비자가 계산대에서 급히 반납을 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일부 소비자들은 마트에 비치된 쇼핑카트 및 바구니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가져온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기도 했다. 이수민씨(40대)는 “환경에도 좋지만 처음부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으면 과소비도 줄일 수 있어서 계속 사용하다 보니 이젠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해당 마트에서는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부피가 종이봉투보다 큰 43.7ℓ짜리 장바구니를 보증금 3000원에 대여해주고 있었다.소재 특성상 잘 찢어지는 종이봉투 대신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장기간 들고 다니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홈플러스의 경우 2017년 6월부터 10월까지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를 전국 10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장바구니 사용고객은 기존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무인판매대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왔다”며 바뀐 풍경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A씨는 “‘안 쓰면 되잖아’라며 봉투를 집어 던지는 가하면, 며칠 동안 찾아와서 직원들을 자르라고 괴롭히고 때리고 사달이 났었다”면서 “몇 달이 지난 지금은 환경을 위해서 못 쓰게 돼 있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수긍하신다”고 말했다.

 

직접 소지한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소비자. [사진=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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