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에 이어 박삼구도 퇴진...항공업계 세대 교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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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19-03-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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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 지배구조 변화 예고··· 금융자본 입김 세질 것

국내 항공업계의 라이벌이 동반 퇴장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데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28일 금호산업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박삼구 회장은 27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그룹 회장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강구해온 박 회장이 지난 22일 삼일회계법인에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퇴진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정 의견을 받은 후 아시아나항공은 주식거래정지,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장폐지 등 내홍을 겪었다. 올해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만 1조원에 달해 자금 마련 방안도 버거운 상황이다. 

박 회장은 경영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700억원 규모의 보유 주식을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과 CJ대한통은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7조1834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88.5% 감소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1959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신용등급도 낮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지배구조 어떻게 변하나··· 금융자본 입김 세질 것 

박 회장 퇴진으로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는 금융자본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형태다.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거느리고 있다.

다만 박 회장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과 면담 직후 퇴진을 결심한 것을 고려하면 다음달 만료되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연장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회장 퇴진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제시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MOU 연장을 포함한 자금 지원 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초 연장 여부가 결정되면 금호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산업은행 및 채권단의입김이 세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과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 논란을 겪은 뒤 충당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MOU 결렬 가능성도 예상됐다. 앞서도 이동걸 회장이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경영에 개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MOU 연장의 조건으로 경영진 교체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 사장단이 포함된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외부인사를 그룹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조양호 회장은 최대주주이자 대한항공의 지주사 격인 한진칼의 회장직은 겸하기로 했다. 자진사퇴가 아니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주요 임원진 임기만료 후 조 회장이 재선임 요청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조 회장의 경우 공적 연기금에 의해 퇴진한 첫 사례라는 오명으로 인해 경영 일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세들 경영 시험대 올라··· 항공업계 세대교체

항공업계 양대 산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한국식 오너경영 체제의 분기점이자 '2세 경영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금호그룹에 입사했다. 아시아나세이버를 거쳐 아시아나IDT 대표를 맡았고 회사를 상장시켜 금호그룹의 부채비율을 300%대까지 낮췄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또한 조 회장의 지분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영권'만 내려놓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퇴진은 국민연금이 이끌었고 박삼구 회장의 퇴진은 산업은행이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오너 경영의 문제점을 공적 자금뿐만 아닌 채권단도 공감했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도덕성이나 실력이 없다면 오너라고 해도 물러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사진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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