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과 건설산업 과제] "북한 수요 반영한 경협 모색…역차별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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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9-03-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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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주경제신문의 '2019 상반기 부동산정책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대웅 대우건설 북방사업지원팀 부장,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강민조 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재의 접근 방식은 문제가 있다. 남북경협확대에 대비해 북한 수요, 즉 북한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신뢰 및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재원 조달 방안을 포함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아주경제신문의 '2019 상반기 부동산정책포럼'(주제: 남북 경협 확대에 따른 건설산업의 진로와 과제)이 개최됐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남북 경협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퍼주기식 아닌 북한 수요 살펴야"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이날 패널토론에서 "북한의 수요가 반영된 협력 방안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발표한 경제특구 및 개발구, 인프라 정비 등에 있어 한국과 중국의 투자를 원하는지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협의 거점 확보와 집중적이고 구체적인 장단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 또한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걸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존심이 무척 세 남측의 '퍼주기식' 자금은 어떤 것도 받지 말라는 주의"라며 "우리 정부는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도록 보증을 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이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남북 경협 산업군은 노동집약형이 아닌 4차산업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민조 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기존 남북 협력 방안들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조사 결과만 반영했을 뿐이다"며 "북측 수요를 반영해 우선 추진 과제를 세우고, 통일부가 이를 북한에 제시해 보완할 수 있는 기반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자 간 협력 구상…접촉 계속 시도해야"
북측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눈높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사고가 10년 전, 20년 전에 머물러 있고, 이는 남북 경협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라며 "남북 경협 구상 시 다자 간 협력 속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치적 관점이 아닌 무역·관광 등 경제적 관점으로 남북 경협에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을 예로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상황이 많이 변했다"며 "북한을 관광하는 중국인 수가 급증해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작년에 단둥에서는 관광 가이드가 부족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높아진 북한 관광자원에 대한 관심은 중국 기업들의 북한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북한이 해외 투자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최근에는 보장해주려고 노력한다"며 "기업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개인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중국의 무역외수지는 무역수지를 능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대웅 대우건설 북방사업지원팀 부장도 "북한에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사전에 논의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부장은 "돈과 물자, 사람에 대한 유입이 철저히 금지되는 대북 제재에서 사람에 대한 북한 유입은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북한에 투자하기 위한 수요 예측 등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접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신의주, 원산 등 7대 거점지역에 대한 개발 청사진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국가 신용도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이기에 보증 방법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선점 기회 놓치는 등 '역차별' 해소 노력 필요"
한편 김 대표는 남북 경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인들에게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유엔(UN) 제재 하에서 타국에 경협 선점 기회를 뺏기는 등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사대문 격인 평양시 상업지역의 토지사용권은 전부 싱가포르,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사버려 우리나라가 건설할 땅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면서도 자국 자본을 북한에 투입해 부동산을 선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우리 기업이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강 책임연구원도 "남북 경협 시 남한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돼 남북 교류가 활발한 3단계 수준을 고려해 대북 제재 개선 추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남북 교류·협력 가능한 거점지역을 조성하고, 인프라 등의 사업을 바로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패널 토론의 좌장으로 나선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자리를 마무리하며 "남북 공동으로 철도·도로 조사했듯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내총생산(GDP)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20년간 GDP가 2% 올랐다"며 "신흥시장의 경우 베트남은 같은 기간 34배, 우리나라도 과거 5배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GDP만 놓고 보면 북한은 변한 게 없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북한 GDP는 독일, 프랑스 같은 선진국 수준이다.

이에 이 원장은 "북한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혼재돼 있는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야 한다"며 "동시에 경협이 본격화될 때 북한이 계약 사항을 지킬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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