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의 최후 협상안,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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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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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현 가능성 낮고 수익 보장도 불투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법정다툼을 앞두게 됐다. 협상안이 실현 가능성도 낮은데다 FI가 원하는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운 탓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 지분 24.01%를 보유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이 기업공개(IPO)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중재를 검토하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 12일 FI를 상대로 제시한 최후의 협상안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FI들은 신 회장 측에 유효한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중재까지 가게 될 경우 신 회장에 유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신 회장 측은 그야말로 최후의 협상안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 지분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후 차익보전 등 세 가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의 최후 카드는 모두 빛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이는 세 가지 방안 중 그 어느 것도 FI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은 탓이다. 선택지 중 가장 전면에 있는 ABS 발행부터 그렇다. 신 회장 측이 구성한 ABS는 FI가 가진 보유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우선 신 회장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FI로부터 보유 주식을 모두 이전받는다. 이 지분을 토대로 ABS를 발생해 자금을 조달한 후 FI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ABS 투자자에게 모집한 자금으로 FI의 수익을 보장하는 셈이다.

문제는 주식 ABS의 투자 매력이 떨어져 투자자를 쉽게 모집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BS는 투자자를 상대로 고정성 수익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주식 ABS는 배당을 제외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기가 마땅치 않고, 배당 자체도 불확실하다.

 

[사진=교보생명]

최근 6년 동안 교보생명의 배당성향(연결기준)은 15% 안팎으로 높지 않은데다, 배당금 총액도 500억~1000억원 수준으로 편차가 적지 않다. 향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글로벌 건전성 규제 강화로 생보사 수익성 악화가 예고됐음을 감안하면 더욱 매력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ABS 투자자를 모집하기 쉽지 않아 FI의 수익을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지분 제3자 매각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FI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수 지분으로, 사실상 투자목적으로만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생보사의 저평가가 이어지는 탓에 교보생명 IPO로 투자이익을 올리기 어렵다. 배당 매력은 상기했듯이 크지 않다. 결국 교보생명의 소수 지분에 대규모 투자를 해줄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IPO 성공 후 차익 보전 방안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FI는 풋옵션을 40만원 수준에서 행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내재가치(EV)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교보생명의 공모가는 20만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FI의 요구 가격과 공모가의 차이를 추가로 좁히지 못하면 신 회장이 부담해야할 차익은 1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신 회장이 교보생명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서 조 단위의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교보생명이 내놓은 협상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방안"이라며 "신 회장과 FI 지분을 공동 매각하는 게 사실상 유일한 해결안으로 전망됐는데 이게 제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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