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을 좋아하지만, 일감몰아주는 것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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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3-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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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조, 12일 세르비아 국회의원회관 열린 국제경쟁정책 워크숍 강연 나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원칙은 단호했다. 대답은 '노(NO)'이다. 다만, 재벌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저력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현지 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쟁정책 워크숍 기조강연에서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과거,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세르비아 역시 수차례 경제 위기를 극복한 저력을 지녔다. 최근에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세르비아 경쟁당국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김 위원장은 "한국을 보면, 정부주도 정책과 수출 중심 정책을 조합해 기적을 일궜다"며 "정부는 한정된 자원을 성공적인 기업에 투자했고, 이 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공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참여해 성공했지만 동시에 국내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며 "이때 삼성, 현대자동차, LG와 같은 '재벌'이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김 위원장은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재벌이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재벌의 독점적 지위로 인한 문제는 그의 비난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막강한 경제 권력은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정치, 종교, 언론, 이데올로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오너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5% 내외에 불과하다"며 "오너라 불리지만 실상은 소수주주"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이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집단 전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이 다른 기업이나 주주 이익을 저해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또 "공정위 역시 한국 경제발전 과정에서 제 기능을 수행해 나갔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위 설립 초기에는 법 집행보다는 경쟁 주창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경쟁정책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활동 방향이 경쟁법 집행으로 옮겨졌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점차 경제분석 등 전문성을 높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규제 등으로 법집행 분야를 넓혀왔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정부주도 경제에서 출발해 시장경제를 꽃피우는 모범사례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이 역할을 했고 세르비아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밀로에 오브라도비치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장은 "세르비아는 (한국처럼) 단계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시장 경제의 역할과 법 집행에서 많은 점을 강연을 통해 배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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