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신한·KB국민 등 5개 카드사에 "계약 해지" 통보

- 수수료율 인상 근거자료 수차례 요청했으나 카드사들 명확한 자료 제시 못해

- BC·NH농협·현대카드와는 기존 수수료율 유지한 채 수수료율 협상 진행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가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5개 카드사와 오는 10일부터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기아자동차도 신한카드를 포함한 5개사와 11일부로 계약을 해지한다.

4일 현대차 관계자는 "계약 해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들에게 수수료율에 대한 근거자료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며 "고민 끝에 일부 카드사 계약 해지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주일의 유예를 두고 10일부터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측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적용한다는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통보에 두차례에 걸쳐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했다.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납득할만한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인 수수료를 책정하기위함이다. 하지만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인상 근거에 대한 명확한 자료와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지난 1일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와의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0일부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다만 현대차는 유예기간과 해지 후라도 카드사들이 요청할 경우 수수료율 협상을 실시할 방침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3 및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제25조의4에 따르면 가맹점수수료율은 객관적이고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정해야한다. 또한 가맹점 표준약관 17조에 따르면 가맹점은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주 동안 자동차 구매 고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최대한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카드사 수수료율 인상이 난감한 입장이다. 현대차만하더라도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하다. 이는 IFRS적용 이후 최저 실적으로, 금융 등을 제외한 자동차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더 낮은 1.4%다.

이에 비해 신한카드의 지난해 ROA(총자산 이익률)는 1.88%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의 ROA는 통상적으로 제조업의 영업이익률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즉, 신한카드의 이익률이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업계 1위 현대차보다 높은 것이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은 더 심각하다. 한국GM은 4년간 총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군산공장 폐쇄 및 판매 급감으로 인해 실적이 더 악화됐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도 2017년 1분기 이후 8분기째 적자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카드사들이 무분별하게 수수료율을 올린다면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고스란히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는 제안을 수용한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등과는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적정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