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강의 기적, 홍강의 기적, 대동강의 기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경환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조선대 교수)
입력 2019-02-27 13:4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북한, 1950년 베트남과 수교...하노이는 특별한 의미"

  • "베트남 '도이머이' 등 경제개혁 효과 충분히 배울 것"

[안경환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조선대 교수)]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중국을 관통해 평양을 떠난 지 66시간 만인 지난 26일 오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다. 역사적인 베트남 방문이다. 

하노이는 북한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베트남의 ‘도이머이’ 개혁·개방화 정책의 심장부인 데다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프랑스와 미국 등 서구 열강과 무력으로 대결해 승리한 사회주의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이 1945년 9월 2일 독립선언을 하고 수립한 베트남민주공화국과 1950년 1월 31일 수교를 맺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신생 독립국 베트남(월맹)을 국가로 인정해 준 세계 3번째 국가다. 1950년 외교관계 수립 후 호찌민 주석과 김일성 주석이 교차 방문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하노이 방문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1958년과 1964년 호찌민과 정상회담을 한 장소에서 55년 만에 이뤄진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문이다. 냉전시대의 전통적 우호국이었던 북한과 베트남은 (구)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으며 사회주의 체제 고수를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쳐왔다.

베트남은 1973년 미국과 파리협정을 체결한 후 22년 만인 지난 1995년에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미국은 이제 베트남의 우호국이 되어 베트남을 옹호하고 경제발전을 지원해 주고 있다. 베트남은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는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해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1986년 ‘도이머이’ 정책을 도입하면서 지난 33년간 베트남은 엄청난 경제 개발 성과를 거두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은 베트남에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전쟁으로 받았던 상처가 점차 아물어가면서 민족 자존심을 되찾고 잃었던 원기를 회복해 나가고 있다. 최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자신감 회복의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세기의 북·미 회담이 하노이에서 개최됨으로써 베트남은 ‘베트남’, ‘하노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무한 가치의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노이는 평화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번 북·미 회담에서 북한의 지도자가 결단만 한다면, 북한은 베트남에 버금가는 경제강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베트남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의 경제개발을 모델로 삼아 홍강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 이제 북한이 홍강의 기적을 이룬 베트남의 경제개발을 모델로 삼아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계의 평화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다.

북한 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북한이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과 같은 개방화 정책을 표방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다면, 사회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깨닫게 돼 북한 지도부에 심리적인 위안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경제발전까지 이룰 수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베트남은 과거 냉전시대에 전통적 사회주의 우방 국가로서 북한이 보여준 지원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라도 자국의 경제발전을 북한이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최대한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베트남이 모델로 삼아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당신과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임을 인식시켜, 한 민족끼리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제 문제의 해결을 주문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의 고수나 한국 측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남북한 문제는 민족끼리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임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어깨를 부둥켜안고 서로를 격려했던 호찌민과 김일성이 이제 환생한다면 사회주의 체제 고수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게 무슨 말을 전해 줄 것이며, 북·미 회담에서 어떤 결단을 하라고 충고해줄까?

아마도 핵을 포기하고 인민이 잘살고 부강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도이머이’와 같은 개혁·개방화 정책을 추진하라고, 그래서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어 인민들을 배고프지 않도록 하라고 단호하게 충고해 줄 것 같다. 이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모두의 바람이다. 북·미 회담의 성공은 평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하노이가 대결의 중심에서 평화의 전도사로 등극하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