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칼럼] 정부와 기업이 양극화 함께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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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자본시장평론가
입력 2019-02-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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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자본시장평론가

우리 경제를 걱정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양극화다. 한국이 세계에서 일곱째로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가 된 만큼 평균 소득이 낮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 그래도 경제가 좋지 않고 살기가 빡빡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양극화 때문이다. 절대 빈곤보다 상대적인 차이가 커 상황이 나쁘다고 느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해결책으로 파이 확대를 주로 얘기했었다. 성장을 통해 경제 규모가 커지면 나눌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진다는 논리였다.

이제 더 이상 파이 확대를 얘기할 수 없게 됐다. 2000년 우리 상장기업 영업이익은 31조원이었다. 2018년에는 200조원을 넘었다. 18년 사이 6배 넘게 늘었다. 그런데 근로자가 받는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1년 4.4%에서 최근 0.3%로 줄었다. 임금이 사실상 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다. 10년 넘게 임금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다. 파이가 커졌지만 제대로 나누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양극화가 경제를 억누르는 지경까지 왔다. 그동안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이전 정부는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것은 소득주도성장이다. 둘 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경제 민주화는 시작도 못한 채 사라졌고,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고용 악화'라는 틀에 갇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양극화를 풀겠다는 생각은 틀렸다. 효과가 크지 않다. 대신 비용이 많이 들어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정부가 전면에 나섰던 것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113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7년에는 195조원이 됐다. 3년 동안 이익이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장기업이 지불한 인건비는 82조원에서 96조원으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익 증가가 반도체 회사에 편중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기업이 고용창출과 임금인상에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이제 이윤추구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까지 챙겨야 하는 주체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우리 기업은 많은 부를 쌓아왔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고용구조가 바뀐 덕분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기업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가계와 기업, 금융사가 6대2대2 비율로 나누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구조 변화와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기업 비중이 빠르게 상승했다. 이제는 기업 비중이 20%에서 60%로 늘었다. 가계와 금융사는 각각 35%와 5%로 줄었다. 부가 얼마나 기업에 쏠렸는지 알 수 있다.

2002년 이후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개선 효과는 상당 부분 기업으로 넘어갔다. 임금은 비탄력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생산성이 떨어질 경우 손실은 상당 부분 기업에서 떠안아야 한다. 반대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이 늘어난다. 이런 원리가 분배과정에 적용됐다. 이런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고용을 비용으로만 보고 접근하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키우는 매개체로 보아야 한다.

양극화가 커지는 성장은 바람직한 성장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도 주체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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