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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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2-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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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정페이 회장 “美공세에 무너지지 않아”

  • “멍완저우 체포는 정치 동기에 의한 것"

  • "中스파이 공모하느니 회사 문 닫을 것"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사진= 중국중앙(CC)TV 캡처]


“미국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고 세계는 우리를 버리지 못한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이 18일(현지시간) 공개된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그가 흔치 않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낸 자신감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런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 정부 스파이설을 부인하는 한편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는 건재하다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BBC는 이번 인터뷰가 런 회장의 여유로운 농담 속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미국 공세에 무너지지 않아”

화웨이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핵심 표적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특히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제기되는 안보 위협을 부각시키면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구입하지 말라는 불매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화웨이를 쓰는 나라와는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런 회장은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며 미국의 압박을 일축했다. 또한 그는 “세계는 우리를 버리지 못한다. 우리가 훨씬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들(미국)이 많은 나라에 우리 물건을 쓰지 못하게 설득하면 우리는 몸집을 줄이는 쪽으로 수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서구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서쪽의 불이 꺼지면 동쪽으로 가고, 북쪽이 어두워지면 남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전 세계를 대변하지 않는다. 미국은 오직 세계의 일부만 대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멍완저우 체포는 정치적 동기"

런 회장은 자신의 딸이자 후계자 0순위로 꼽히는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체포된 것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멍 부회장을 캐나다 당국을 통해 체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법무부가 화웨이와 멍 부회장 등을 기술절취, 금융사기,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기술절취 혐의로 화웨이 미국 연구소를 급습하는 일도 있었다. 

런 회장은 “일단, 미국이 지금껏 한 행동에 반대한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이런 행위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문제가 생기면 제재하기를 좋아한다. 무척 전투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화웨이와 멍 부회장이 정치적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이다. 다만 런 회장은 “하지만 현재 여기까지 온 만큼 법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 스파이 아니다”

런 회장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라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통해 수집된 각종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가거나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사이버공격에 활용될 것이라며 안보 우려를 제기해왔다.

런 회장은 “중국법에 따라 모든 기업은 국가의 정보업무를 지원하고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협조와 스파이 행위는 다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어떤 백도어(backdoor)도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왔고, 우리 역시 백도어를 설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백도어는 ‘뒷문’이라는 뜻으로 통신장비에 무단으로 접근해 정보를 빼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어 런 회장은 “회사는 결코 어떤 스파이 행위에 공모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당장 회사 문을 닫을 것”이라고 안보 우려 불식에 나섰다.

◆런정페이 자신감의 배경은?

공개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형 리더로 유명한 런 회장은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맞서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날 BBC 인터뷰에서 드러난 런 회장의 단호함과 자신감은 지난달과 사뭇 달라진 것이라 눈길을 끈다. 지난달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언론을 만난 런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대하다고 추켜세우고 멍 부회장의 체포를 두고 “지켜보겠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런 자신감은 지난해 화웨이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최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가 미국 주도의 반(反)화웨이 전선에서 빠질 조짐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는 차세대 이동통신 5G(5세대)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해도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런 회장은 "미국이 우리를 믿지 못하면 미국에 하려던 투자를 더 큰 규모로 영국에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영국이 반화웨이 행렬에서 이탈할 것을 부추기기도 했다.

중국과 경제 교류가 가장 활발한 유럽 국가인 영국과 독일이 대중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의식해 화웨이에 빗장을 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이미 확대된 상황에서 주요 서방국들의 결정은 미국 눈치를 보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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