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자 최대 95% 빚 탕감···모럴해저드 부추기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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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2-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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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실 채무자보다 연체자가 쉽게 빚 갚아···너도나도 '전략적 파산' 우려도

[사진=금융위원회]

정부가 발표한 서민금융 개편방안을 놓고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또 나오고 있다. 소액채무자들이 최대 90%까지 빚을 탕감받을 수 있고, 절차까지 간편해지면서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는 풍조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는 18일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된 서민금융지원 체계 개편안의 후속조치다.

개선 방안의 핵심은 사회취약계층, 고령자, 1500만원 이하 장기소액연체자가 소득의 일부를 3년 동안 성실히 상환했을 경우 남은 채무를 전부 탕감해주는 것이다. 정책의 지원을 받는 채무자는 최대 95%까지 기존 채무를 감면받을 수 있다.

1500만원 이상 채무자도 신복위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최대 30%까지 채무 원금이 줄어드는 혜택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선안으로 채무탕감 비율(신복위 채무조정 평균감면율)이 현행 29%에서 최대 45%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무감면율 확대에 따라 채무상환 기간은 기존 6.4년에서 5년 미만으로 단축되고, 실패율은 기존 28.7%에서 25% 미만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도 국가에서 구제해 준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단적으로, 빌린 지 1년이 지난 채무의 원금 30% 감면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온다. 빌린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전략적 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온 성실 채무자들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성실 채무자들보다 장기연체자가 더 빠르고 쉽게 빚을 갚게 되는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 역시 빚을 갚지 않는 것이 좋다는 모럴 해저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모럴 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채무에 대한 지나친 자기책임감이 채무조정 제도 이용을 지연시켜 재기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서민금융 지원정책이 '빌린 돈은 갚아야 한다'는 건전한 상식을 훼손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개선안에 대한 지원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이 채무 원금을 감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채권자인 금융사가 원금 감면에 따른 손실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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