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0억이 넘는 사람이 영세 자영업자를 대표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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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입력 2019-02-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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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간담회가 성사됐다. 역대 정부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만을 초청해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답변하는 자리여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날 업계 대표로 참석한 이들의 자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연매출 100억원 이상이 전국 자영업자 대표?

이날 행사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자영업·소상공인 협의단체 50여명, 분야별 소상공인 97명 등 총 157명이 대표자로 참석해 카드수수료, 최저임금, 임대료, 제로페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영업자를 대표한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이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섰다.

김 회장은 "은평구에서 자그마한 마트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에 저희 600만 자영업자들에게 카드수수료를 인하해 주셔서 대통령님께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카드수수료 인하하면서 각계에서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하셨고 또 대통령께서 이렇게 인하해 주셨는데, 카드사들이 사실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새로 반영된 수수료 용지를 보면 기존에 연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1.9% 정도 됐는데 2%를 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김 회장이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냐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은평구에서 200여평 규모의 푸르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매출이 100억원 가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연매출 100억원 가량의 자영업자가 5억원 이하의 영세·중소 자영업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김 회장이 지적한 카드사의 약속 미이행도 사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이 발표된 이후 연매출 5억원 초과 일반가맹점의 신용카드 카드수수료율은 기존 상한선 2.3%에서 평균 2%대로 낮아졌다. 30억~100억원 이하 가맹점의 평균수수료율은 1.90%, 100억~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평균수수료율은 1.95%다.

평균수수료율은 해당 매출액 구간의 평균적인 목표치다. 각 사별 비용률 및 각 가맹점별 비용 차등요소 등에 따라 개별 가맹점의 수수료율 수준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 즉 평균수수료율이 1.9%대라는 것은 가맹점에 따라 2%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카드수수료 문제, 본래 취지 '흔들'

카드수수료율 문제는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대폭 확대하면서, 영세·중소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을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까지 확대했다. 연매출 5~10억원 및 10~30억원 구간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각각 약 2.05%에서 1.4%, 약 2.21%에서 1.6%로 인하됐다.

체크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도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30억원까지 확대했다. 연매출 5~10억원 및 10~30억원 구간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각각 약 1.56%에서 1.1%, 약 1.58%에서 1.3%로 낮아졌다.

마케팅 비용 산정방식을 개선해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 이내로 인하 유도하기로 했다. 연매출 1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평균 2.2%에서 평균 1.9%로 유도하고, 연매출 100억~500억원 가맹점도 평균 2.17%에서 평균 1.95%로 유도키로 한 것이다.

한국마트협회는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 발표 이전 카드수수료율 인하 구간을 연매출 300억원까지 적용해달라며 적극적으로 요구한 단체다. 이로 인해 당시 개편방안이 논의되던 단계부터 영세·중소 자영업자 부담 완화라는 수수료 인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을 빚어왔다.

한 자영업자는 "사실 연매출 100억원 이상이면 매달 8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셈인데, 이런 사람이 영세·중소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는 사실상 영세한 자영업자에게는 크게 도움이 됐다기보다 일반가맹점에 혜택이 돌아간 것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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