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유럽 분열 부추기는 G2의 화웨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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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02-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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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지구촌이 멍들고 있다. 이번에는 유럽이다.

최근 동유럽 순방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쓰는 나라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한 국가에 던진 최후통첩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기기 위해 유럽을 적군과 아군으로 가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유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민 유입, 외교갈등 등으로 분열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혈투는 유럽의 분열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미국은 동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최후통첩 카드를 꺼내 아군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동유럽은 이미 중국이 수년간 공들여온 곳이다. 중국은 2012년부터 중·동유럽 11개국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앞세우며 동유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왔다. 미국의 경고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끈끈한 관계가 중국과 동유럽에는 이미 형성됐다.

반면 미국은 그동안 동유럽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다 화웨이를 앞세워 이들 국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동유럽 순방도 그가 취임한 이후 처음 이뤄졌다.

체코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은 노골적으로 화웨이(중국)를 지지하고 있다. 피터 스지자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경고에 대해 “미국이 위선을 떨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요구하는 건 반중(反中) 감정과 인종차별주의를 조장하려는 히스테리에 불과하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슬로바키아는 “화웨이는 안보 위협이 안 된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화웨이 배제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 중소 이동통신사들은 트럼프의 반(反)화웨이 캠페인이 사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쓰고 싶어 한다.

화웨이를 둘러싼 G2의 힘겨루기는 지구촌 전체에 상처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과 중국은 하루빨리 승자가 없는 이 싸움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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