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부양책 아니라지만...휴지조각된 예비타당성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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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1-3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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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도입된 예비타당성 조사, 6월말 기준 사업비 상향 조정 예상

  • 단기 일자리 창출 및 경기부양정책 아니라는 정부...경제전문가들 단기지표 관리 지적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돌 맞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결국 휴지조각이 됐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지자체에 사업타당성 검증이 안된 사업 추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지양해왔던 토목 위주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선정과 함께 부활했다.

당장 경기부양책이 아니라고 정부는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예타면제 사업이 추진될 경우, 그동안 부진했던 건설 투자와 건설노동자 취업률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말기부터는 상승궤도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예타제도도 뜯어고쳐 오는 6월 말까지 정부 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 첫 도입된 예타, 국토균형개발의 독(?)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1999년 김대중 정부 들어 정부의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투자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평가하자는 차원에서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 사업 타당성 없이 대규모 국책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왔던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자는 측면이 컸다.

현재 국가재정법상 예타 사업 대상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건설·정보화·국가연구개발 사업 △사회복지·보건·교육·노동·문화·관광·환경보호·농림해양수산·산업·중소기업 분야의 사업이다. 이들 사업에 대해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등 항목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목적과 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된 사업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보다 강화된 국가재정법상 예타 면제를 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통과가 필요하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투자사업의 예타를 수행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따르면 1999~2017년 모두 767건의 예타가 수행됐으며 이를 통해 141조원의 예산이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9일 발표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서는 현재의 예타기준을 초월, 경제성 분석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23건의 예타면제 사업이 선정됐다. 2029년까지 △국비 18조5000억원 △지방비 2조원 △도로공사 등 기관 2조원 △민자 7000억원 등 모두 24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당초 예타가 경제성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보니,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 면제 기준을 확대 해석한 셈이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존의 예타로 타당성을 중심으로 봤을 때 타당성을 충족하기 어려운 사업도 포함됐고 예타를 통과할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당겨서 진행할 수 있는 사업, 사업추진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SOC 사업의 예타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에서 1000억원(국비 50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오는 6월말까지 마련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 혁신도시 등 다양한 국가균형개발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이번 예타 면제 발표는 예타제도를 뛰어넘은 판단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녹색교통운동은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토건사업으로 인한 예산낭비와 환경파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일자리·경기부양 손사래치지만, 정권 말기 효과 '톡톡'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예타면제 발표는 일자리창출과 경기부양책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게 정부 측의 당부다. 홍남기 부총리는 "사업 계획 및 사업설계 등 준비단계가 있기 때문에 최소 1~2년 이후에나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며 "이렇다보니 전체적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생산유발 효과에 대해서는 추산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동안 건설투자 부진과 건설업 취업자 증가율 둔화가 한국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온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당초 지양해왔던 대규모 토목 SOC 사업 추진으로 정책을 회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9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년 대비 건설업 취업자수 증가율은 2017년 6.4%에서 지난해 2.3%로 둔화됐다. 

고용부도 지난 14일 ‘2018년 고용동향 관련 Q&A’ 자료를 내놓으면서 "축소된 인구효과와 함께 건설투자 부진에 따른 건설기성액 감소가 취업자 증가폭 둔화에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하기까지 했다.

이렇다보니 대규모 건설사업이 추진될 경우, 연관된 산업에서의 일자리 확대도 예상된다. 지난해 마이너스 취업자 증가세를 보여왔던 숙박·음식점업 및 부동산업 취업자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제로수준의 취업자수 증가율을 보여왔던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역시 취업자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경기부양효과는 없다지만, 문재인 정권 말기에는 일자리와 경기부양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건설경기의 마이너스 성장세로 경제성장률을 낮춘 영향이 크다"며 "이번 예타면제는 단기 지표 관리라고 봐야 하며, 향후 지방사업의 부실화는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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