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시가격 역대급 상승률...강남·서초는 '버티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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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1-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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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빌라[사진 = 윤지은 기자]


27일 찾은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이틀 전 국토교통부의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향 발표에도 관련 문의전화가 많지 않았다. 일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집주인들의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들 대부분은 수십년간 이곳에 실거주했거나 자금 여력이 있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으로 물건을 내놓거나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 평균 변동률은 지난해 5.51%에서 올해 9.13%로 1년새 3.62%p 올랐다. 서울의 공시가격 변동률이 17.7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이 중에서도 고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용산구(35.4%), 강남구(35.01%), 마포구(31.24%)가 전국 시·군·구 중 상승률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 공시가격 인상 관련 문의 전무···9·13 대책으로 시장 분위기 가라앉아

강남구 삼성동 단독주택단지 인근의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9·13 대책 이후 중개업소에 손님이 없는 데다 명절 전후 2~3주는 잘 될 때도 손님이 없다"면서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금 문의 등 전화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나도 삼성동에 거주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세금에)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동네는 15억원 이하 주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주택 같은 경우 80억~90억원, 높은 건 100억원씩 하고 남양주택도 40억~50억원은 간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25일 발표에서 시세가 15억원을 넘는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고가주택 대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았던 15억원 이하 주택은 서민 부담을 감안해 시세상승률 수준만큼만 공시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주민 반응이 나오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삼성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표준주택 공시가격이란 게 3월 말이나 돼야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관보에 고시된 지난 25일부터 2월 25일까지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조정 후 3월 20일 확정 공시된다.

◆ 집주인들은 버티고, 투자문의는 더 줄 듯

강남권 단독주택단지는 주민의 80~90%가 실거주자다. 이들 대부분은 수십년간 이곳에 살았거나 자금여력이 따라주는 경우가 많아 보유세 인상에도 섣불리 매각을 결정하기보단 '버티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같은 이유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도 활발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강남구 청담동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쪽 고급빌라 소유주들은 궁핍하거나 시간에 쫓겨서 이사하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집이 팔려도 그만, 안 팔려도 그만"이라면서 "정권 바뀔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세금이 오르는 만큼 지가가 오르니 버틸 여력이 충분할 거란 관측도 있었다. 서초구 방배동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권 단독주택은 최소 30년 이상 된 것들이 대부분인데, 통상 건물값은 건물이 지어진 지 15년이 지나면 없다고 봐서 강남권 단독주택값은 거의 땅값이라 봐도 된다"면서 "강남 땅값은 매년 조금씩이라도 오르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곳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과 달리 주택임대사업자 등록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면서 "우리 업소 바로 앞 단독주택 소유주 한 분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그분 말곤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을 매맷값에 전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담동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물건을 팔 땐 양도세까지 매매가에 포함하기 때문에 세율이 높아지면 매매가도 기존보다 올라간다"면서 "집값은 점점 오르고 수요는 더 줄고 거래는 더 마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투자심리는 다소 꺾일 수 있다는 게 대다수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의 예측이다. 삼성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세부담이 커진 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도 9·13 대책 떄문에 거래가 말랐지만 실수요 중심으론 거래가 돌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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