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블랙보리’ 열풍 비결요? SNS '하트' 누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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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01-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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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하트’ 품앗이 덕에 스타됐죠”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가 10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본사 집무실에서 블랙보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음료 제공]



“넌 이제 샤워도 블랙보리로 해야 돼 휘영아.”, “사장님, 유준상님 축하편지와 함께 제품 3상자 전달했습니다.”, “머지않아 블랙보리 페트에 음료 마시고 시원해 하는 휘영과 유준상 광고가 나올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한 병의 블랙보리를 마신다.”

블랙보리 회사의 광고가 아니다. 네티즌, 곧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가 전성기를 맞았다. 러블리즈와 에스에프나인(SF9) 등 인기 아이돌그룹의 팬들에게 ‘내 아이돌이 마시는 음료’로 자리매김하면서 입소문과 함께 출시 1년만에 4200만병 판매를 달성했다. 이 같은 블랙보리의 인기는 조운호 대표의 ‘소통경영’이 원동력이 됐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평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즐겨 하는 조운호 대표는 배우 유준상이 블랙보리를 즐겨 마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유준상의 생일을 맞아 조 대표는 감사의 표시로 그의 소속사에 제품을 보냈다. 물론 제품 전달과정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다시피 전해졌다.

이 사건이 다시 유준상의 팬클럽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 알려지면서 블랙보리를 즐겨 마시는 다른 연예인들의 팬클럽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애기(연예인)도 블랙보리 좋아해요!” 라며 그의 트위터를 두드려 온 것이다.

10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하이트진로음료 본사 집무실에서 조운호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아직도 10~30대를 아우르는 이들과의 소통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조 대표는 “블로그라던지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까지 거의 모든 채널의 SNS 활동을 해 왔다. 페이스북의 경우 제품 얘기 뿐만 아니라 직접 찍은 사진이나 시, 글 등을 500편 정도 올리기도 했다. SNS는 나에게 일상의 해방구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그룹 팬들이 블랙보리를 마시는 연예인 사진 등을 올리면, 조 대표는 꼬박꼬박 해당 게시글에 하트를 눌러줬다. 자사 제품을 좋아해준다는 것이 고마워서였다. 처음엔 진짜 ‘사장님’이 자신의 게시글에 반응을 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거나 막연히 겁냈던 팬들도 나중엔 서로 하트를 눌러달라며 해시태그에 ‘#블랙보리’를 넣은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곧 블랙보리 1주년 기념 마케팅의 아이디어가 되기도 했다. 조 대표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블랙보리 출시 1주년 기념 핵인싸템 팬싸 지원 이벤트’를 벌였다. 해당 행사는 이틀 만에 14만명 이상, 일주일 간 70만명의 노출도를 기록했다.

조 대표는 “블랙보리 인증사진이 매일 올라오고 다들 재밌어하는 와중에 바로 제품 출시 1주년을 맞았다. 마케팅팀하고 논의해서 이벤트 준비하려 하는데. 일반적인 건 재미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트위터를 해보니까 이를 이용해 행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를 체감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조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조 대표는 “팬덤문화나 인싸(인사이더, insider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와 달리 무리에서 중심이 되어 잘 섞여 노는 사람을 일컫는 말), 핵인싸 등의 말도 배웠다”며 “1주년 이벤트를 그야말로 대흥행을 했다. 사실 블랙보리란 말이 들어간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게 쉽진 않다. 힘들 때도 있는데 그래도 누군 해주고 누군 안해주면 서운하지 않겠나. 계속 해주려고 한다”라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30대 청년의 패기로 음료업계 뛰어들어
지금은 24년차 음료업계 종사자로 잔뼈가 굵은 전문가지만, 과거에는 그도 “음료의 ‘음’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내도 같은 회사에서 만났다. 그가 갑자기 1990년대 기업으로 옮기겠다는 결심을 주변에 알렸을 때는 모두가 반대했다. 아내 한 사람만이 유일한 응원자였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 대표는 웅진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1990년대는 은행이 워낙 잘 나갔을 때였다. 지금이야 몇조 매출 올리는 회사로 컸지만, 웅진그룹, 그중에서도 웅진식품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웅진으로 자리를 옮긴 조 대표에게 웅진식품을 살려보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음료에 대해선 하나도 몰랐던 데다, 소위 명문대 출신도 아니었던 그는 고민에 빠졌지만 그것이 곧 조 대표의 운명을 바꾸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당시 웅진식품 공장에 신규 사업을 하는데, 나는 기조실 총괄팀장을 했다.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입됐고, 지방대 야간을 졸업한 나와 달리 명문대 출신들뿐이었다.”

하지만 학력은 조 대표의 노력과 끈기 앞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3년 반 만에 명문대 출신들을 모두 제치고 팀장이 됐다.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웅진식품 당시 ‘가을대추’가 내 첫 작품이다. 가을대추를 하겠다니까 내부에서는 무슨 한약재 같은 걸 가지고 만드냐고 했다. ‘아침햇살’을 만들 때는 무슨 쌀뜨물을 하냐고 했고, ‘하늘보리’를 하겠다니까 잘한다잘한다 하니 별짓을 다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조 대표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대박을 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하이트진로음료 블랙보리 4종[사진=하이트진로음료 제공]




◆아침햇살, 하늘보리의 신화···하이트진로음료서 잇는다

조 대표가 주도한 ‘블랙보리’는 국내 첫 국내산 검정보리만을 사용한 무(無)색소, 무카페인, 무설탕 보리차 음료다. 이뇨 작용이 없는 보리차 특성상 체내 수분 보충과 갈증 해소에 뛰어나다.

주 원료인 검정보리는 2011년부터 농촌진흥청이 개발하고 산업화 추진 중인 보리 신품종을 사용했다. 이 보리는 전라남도 해남군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일반 보리에 비해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을 4배 정도 함유하고 식이섬유가 1.5배 많아 보리 품종 중 최고 품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하이트진로음료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토닉워터’에 새로운 맛을 가미해 깔라만시와 사과를 출시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칵테일 믹서인 토닉워터는 국내에서 진과 보드카뿐만 아니라 소주 등 다양한 주류 및 음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소주와 최적의 궁합을 이루는 한국형 소주 칵테일 믹서 제품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맥주와 혼합하면 일명 ‘맥사’로 불리는 맥주 칵테일도 완성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앞으로 가정채널 외 전국 60만개 외식업소를 적극 공략해 진로믹서 토닉워터가 주류 믹스는 물론 에이드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0.00’은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판매량 4200만 캔을 돌파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2017년 대비 5% 이상 성장했으며 출시 초기인 2013년과 비교하면 25%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하이트제로0.00은 2012년 11월 하이트진로음료가 국내 첫 선보인 맥아 풍미의 무알코올 음료다. 수입 제품이 대다수인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알코올 함량 0.00%인 점을 내세워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수입 무알코올 음료가 많게는 0.5% 가까이 알코올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알코올이 전혀 없는 ‘진짜’ 무알코올 음료로 알려졌다. 임산부 등 알코올에 취약한 주요 소비층의 신뢰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조 대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다”는 신념으로 음료 시장에 우리 제품을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콜라나 주스 등 국민들이 소비하는 제품 가운데 외국에 로열티를 주는 것들이 대다수란 점이 안타까워서다.

“일관성 있게 변하지 않는 게 나의 소신이 하나 있다면 ‘우리 음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소명감이다.”

블랙보리에 소주를 섞어 마시면 “구수하다”며 기자에게도 한잔 권하는 조 대표의 미소를 보니, 하이트진로음료의 향후 신제품이 더욱 기대됐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는 누구? = 조운호 대표는 경성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MBA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1년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으로 입사해 근무하다가 1990년 웅진그룹 기조실로 자리를 옮겼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웅진식품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후 웅진식품 부회장 자리에 올라 ‘아침햇살’과 ‘하늘보리’ 등 연달아 대박제품을 내며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6년 세라잼그룹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잠시 음료업계를 떠났지만,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얼쑤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거친 후 2017년 2월 음료회사로 돌아와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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