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눈]달 속의 여신'상아의 길'을 따라 날아간 창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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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1-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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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 이면을 촬영한 중국…인류는 평생 못볼 무엇을 보았다

# '달의 이면'은 인간의 경험 속에 없었다

중국 달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는 기사와 사진이 오늘 많은 신문들의 1면을 장식했습니다. 이 뉴스는 두 가지의 큰 감회를 불러일으킵니다.

하나는 관점이 지배하는 사고체계를 설명할 때 자주 예를 들었던 예화를 고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달의 이면'을 보지 못했기에, 달의 한쪽면을 달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관점을 팩트의 전부로 주장하는 오류를 꼬집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달의 뒷쪽을 직접 목격한 인간이 생긴 거죠. 그것을 찍은 사진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놀라운 첫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죽을 때까지 못볼 수도 있었던, 그 장면입니다.

우린 달의 이면을 한번도 보지 못한 채 계수나무와 토끼를 연상케하는 얼룩이 있는 그것만을 달이라고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 하나의 관점을 진실처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달의 뒷면을 대강이라도 봤으니 저 얘기를 하기는 쑥스럽게 됐습니다.

# 창어는, 달나라의 광한궁에 독수공방하는 여신 상아

또 하나는 이것을 발견한 중국의 달 탐사선 이름이 '창어4호'라는 점입니다. 창어는 우리가 흔히 항아(恒娥)라고 부르던 '달의 여신'이죠. 항아는 서한시대에 황제였던 유항(劉恒, 문제)과 이름이 같은 것을 휘(諱, 꺼리다)하여 상아(嫦娥)로 바꿉니다. 상아분월(嫦娥奔月) 스토리는, 상아가 어떻게 달 착륙에 성공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상아는 활을 잘 쏘는 남편 예(羿)와 함께 살았죠. 상아는 원래 신(神)이었는데 인간과 결혼하면서 지상으로 쫓겨났습니다. 상아는 하늘에 기도를 올려 다시 신이 되게 해달라고 조릅니다. 이 기도를 들은 신 서왕모(西王母)가 나무열매로 만든 불사약을 선물합니다. 이 불사약은 3천년만에 꽃을 피우고 다시 3천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 채취한 것입니다. 즉 6천년이 지나야 열매 한 알을 맛볼 수 있는 것이죠.

# 혼자 여신이 되고싶었던 상아의 눈물

서왕모는 이 약을 상아에게 주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약을 둘이 나눠 먹으면 둘 다 불로장생할 것이고, 혼자 먹으면 신선이 될 것이다." 상아가 어떻게 했을까요. 남편 몰래 혼자서 오둑오뚝 씹어먹었습니다. 약을 먹자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고 허공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창어4호가 날아간 길로 내달려 달에 도착합니다. 상아는 달에 있는 넓고 추운 궁전(광한궁, 廣寒宮)에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 남편 몰래 혼자 약을 먹은 괘씸죄 때문에 두꺼비로 변해 월궁(月宮)을 쓸쓸하게 어슬렁거렸다는 얘기가 초기 스토리에는 있었으나, 사람들이 상아의 처지를 불쌍히 여겨 이 대목은 빠졌다고 합니다. 창어4호는 그곳에서 광한궁에 혼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을까요. 사진을 보니 광한(廣寒)한 곳은 틀림없습니다만...

# '상아의 노래'를 다시 새겨보니, 달나라 상아?

오래전 많이 불렀던 '상아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이때 상아는 '이상아'같은 아름다운 인간여자의 이름임에 분명하겠지만, 나는 왜 월궁의 상아를 떠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소리없이 소리없이 흐르는데
외로운 여인인가 짝잃은 여인인가
가버린 꿈 속에 상처만 애달파라
못잊어 아쉬운 눈물의 그날밤 상아 혼자 울고 있나

상아는 신이 되고 싶어 불사약을 먹고 달로 줄행랑을 쳤지만, 와보니 남편하고 인간으로 살 때가 그립습니다. 하지만 그 약을 구하려면 6천년이 더 있어야 하죠. 그래서 혼자 울면서 광한궁 기둥에 기대어 최고의 궁수(弓手) 예를 생각하고 있는 거죠. 욕망에 눈멀어 사랑을 잃어버린 이가 어디 상아 뿐이겠습니까.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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